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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정의 인간지능] ⑩내일 신문에 우리 상담이 보도된다면?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 press@newsprime.co.kr | 2026.06.09 15:59:59
[프라임경제] 윤리경영학에는 '뉴스페이퍼 테스트(Newspaper Test)'라는 개념이 있다. 내가 지금 하려는 행동이 내일 아침 신문에 보도되더라도 당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AI 시대의 컨택센터로 가져와본다. 만약 우리 센터의 상담 내용이 내일 신문에 그대로 보도된다면 어떨까?

단순 정보 확인은 이제 고객 스스로 앱에서 해결한다. AI가 더 빠르고 정확한 시대에 고객이 굳이 상담사를 찾는 이유는 기계가 해결하지 못하는 진짜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때 감동적인 서비스를 받은 고객의 재구매율은 두 배 이상 치솟지만, 기계만도 못한 형식적 대우를 받은 고객은 그 나쁜 기억을 10배 이상 주위에 쏟아낸다.

이제 컨택센터는 콜을 쳐내는 방어전이 아니라, 세상에 소문낼 만한 감동의 서사를 쓰는 '고객경험 창조센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세 가지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첫째, 숨은 결을 읽어내는 '감정 탐지력'이다. 한 가전 렌탈센터 상담사는 정수기 해지를 문의하는 고객에게서 깊은 한숨을 포착했다. "심려 깊으신 일이 있으신지 여쭤봐도 될까요?"라는 다정한 참견에 고객은 최근 배우자와 사별하고 혼자 살게 되어 집을 정리하는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상담사는 본사 승인을 받아 위약금을 유예하고 위로의 손편지를 보냈다. 감동한 자녀가 SNS에 올린 사연은 순식간에 퍼졌고, 브랜드는 삶의 아픔을 함께하는 인격체로 격상되었다.

이 일은 상담사 개인의 역량만이 아니다. 위약금 유예가 가능한 재량권, 이런 인간적인 판단을 해도 된다는 조직이 주는 안전감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둘째, 고객 상황을 상상하는 '재구성력'이다. 한 금융센터에 배우자의 긴급 수술비를 송금해야 하는데 비밀번호 오류로 계좌가 잠기기 직전인 어르신이 전화를 걸어왔다.

규정대로라면 영업점 방문을 안내해야 했지만, 상담사는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의 처지를 헤아려 '잃어버린 기억을 함께 찾는 과정'으로 상황을 재구성했다.

어르신을 안심시킨 뒤, 소중한 기념일이나 예전 집 전화번호와 관련이 있진 않은지 기억의 실타래를 끈기 있게 풀어나갔다. 어르신은 극적으로 비밀번호를 기억해 냈고, 무사히 송금을 마쳤다. 얼마 후 아들로부터 감사 편지가 도착했다.

물론 이런 시도가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는 않을 수 있다. 결국 고객이 기억을 못해내고 상담만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성공 여부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사려 깊게 가외의 정성을 기울여준 행동 자체가 잊을 수 없는 감동 사연인 거다.

셋째, 매뉴얼의 경계를 넘어서는 '용기'다. 한 쇼핑몰 상담사는 품절된 구두를 간절히 찾는 고객을 마주했다.

일반적으로는 정중한 거절로 마무리되지만, 이 상담사는 경쟁사 사이트 세 곳을 직접 검색해 재고가 남아 있는 타사의 구매 링크를 찾아 문자로 보내주었다.

당장의 회사 이익보다 고객의 절박함을 먼저 해결하려는 이타적 선택에 감동한 고객은 후기를 남겼고, 이는 수만 명에게 따뜻한 울림을 주며 바이럴되었다.

이제 AI도 위로의 언어를 생성하고 개인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AI의 공감은 계산의 영역일 뿐 인간의 공감과 공명이 다르다.

인간의 감수성은 더 높은 가치를 위해 스스로 규칙을 깨는 자율적 판단으로부터 나오고 리스크를 짊어지는 위험 감수로부터 구현된다.

물론 이 일은 상담사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안 된다. 즉각 집행 가능한 재량권도 없고 후선에서 지원해줄 에스컬레이션 채널도 없다면 상담사를 무기 없이 전선에 내모는 것과 같다.

영웅적인 선의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사후 경위서를 쓰게 만드는 통제의 문화를 사후 표창을 체계화하는 격려의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그동안 컨택센터는 오상담을 줄이고 VOC가 더 커지지 않게 하는 수세적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AI 시대에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 이제 컨택센터는 형식적인 매뉴얼 뒤에 숨는 곳이 아니라, 우리 센터의 사연이 내일 아침 신문에 나게 만들고 고객이 감동하여 기꺼이 기삿거리를 제보하게 만드는 '고객경험(CX) 창조센터'라는 새로운 고지를 향해야 한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성신여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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