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AI)은 궁금한 내용을 검색하거나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는 정도의 도구로 인식됐다. 많은 사람들은 AI를 인터넷 검색의 연장선상에 있는 편리한 기술 정도로 이해했다.
그러나 최근 AI의 발전 속도는 이러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디지털 직원'의 역할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기술 혁신에 그치지 않고,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새로운 성과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 결과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의 연구에 따르면 고객지원 업무에 생성형 AI를 도입한 결과 생산성이 평균 14% 이상 향상됐으며, 특히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직원들의 생산성은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하버드대학교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수행한 실험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컨설턴트들의 업무 수행 속도가 약 25% 빨라졌고, 결과물의 품질은 40% 이상 향상됐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생성형 AI 사용자가 평균적으로 근무시간의 5.4%를 절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주 2시간 이상, 연간으로는 100시간이 넘는 시간을 확보하는 셈이다.
같은 시간 동안 일하더라도 누군가는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한 차이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변화는 생산성 향상 자체가 아니다. AI 시대에는 '일을 잘하는 사람'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직접 문서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실무 역량이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여러 개의 AI 도구를 활용해 업무를 분배하고, 결과를 검토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러한 사람을 '에이전트 보스(Agent Boss)'라고 부른다. 여러 명의 AI 에이전트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하나의 팀처럼 운영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마치 팀장이 팀원들에게 업무를 배분하듯, 앞으로는 한 사람이 여러 AI 에이전트를 지휘하는 방식으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인재 평가 기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일을 설계하고 관리하는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가 글을 쓰고, 코드를 작성하고, 자료를 분석할 수 있는 시대에는 단순 실무 능력만으로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대신 문제를 정의하고, 업무를 구조화하고, 적절한 AI를 선택해 활용하며,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최근 개편된 직업공통능력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자기관리능력, 문제해결능력, 디지털능력, 대인관계능력 등은 결국 AI와 협업하는 과정에서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링크드인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지식근로자의 75%가 이미 업무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많은 직원들은 회사가 공식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활용이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거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생산성 차이가 발생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훨씬 더 큰 격차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흔히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인가를 걱정한다. 그러나 지금 더 중요한 질문은 다른 곳에 있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사람이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검색의 시대가 끝나고 위임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이제 조직과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능력이 아니라, AI라는 새로운 팀원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관리하는 능력일지 모른다.
미래의 경쟁력은 실무자가 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AI와 함께 일하는 '에이전트 보스'가 될 수 있는가가 새로운 성과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