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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해외 소비자 심리, AI 음성 인터뷰로 간파" 이은호 블랙후즈 대표

샌프란시스코서 K-뷰티 반응 검증…비바텍 참가로 유럽 공략

홍재현 기자 | hjh2@newsprime.co.kr | 2026.06.05 14:22:19
[프라임경제] K-뷰티와 K-패션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 브랜드들은 해외 진출 초기에 현지 소비자의 진짜 속마음을 파악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문조사는 너무 표면적이고, 전문 리서치 기관을 통한 유저 인터뷰는 비용과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

본지는 'Curi AI'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려는 이은호 블랙후즈 대표를 IBK창공 구로에서 2일 만났다. =홍재현 기자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AI 음성 인터뷰 플랫폼 'Curi AI'를 들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 있다. 본지는 이은호 블랙후즈 대표를 IBK창공 구로에서 2일 만났다.

그는 지난 2014년 싱가포르에서 첫 투자를 받아 창업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왜 이걸 원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지속적으로 품었다. K-브랜드들의 해외 진출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지켜본 현실은 냉랭했다. 

제품은 훌륭하지만 현지 소비자의 니즈를 몰라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가 목격했던 여러 국내 기업들은 돈을 낼 해외 고객들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현지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사업을 실패했다. 그는 이를 K-브랜드 해외 진출의 '치명적인 패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K-뷰티 브랜드 I사는 중국 내에 6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지난 2023년 오프라인 단독 매장을 전면 철수했다. 중국 현지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 소비 트렌드를 읽지 못했다는 평가다. 중국 로컬 브랜드들은 기존 오프라인 로드숍에서 온라인 이커머스 및 멀티 브랜드숍으로 이동했으나, I사는 이를 탈피하지 못했다. 결국 회사는 홍콩 몽콕점을 마지막으로 중화권 매장을 완전히 닫았다. 

이 대표의 'Curi AI'는 이 허들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오히려 이를 기회삼아 AI의 힘으로 확장해 브랜드들이 해외에서 '처음 1000명의 충성 구매자'를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고 확신했다. 또 싱가포르에서 창업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K브랜드들을 해외로 진출시키는데 실패를 줄이겠다는 진정성도 제시했다. 

기업명인 '블랙후즈'도 이 정체성을 그대로 이어갔다.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것, 베일에 가려진 소비자 심리와 발굴되지 않은 시장 기회를 AI의 힘으로 끌어내겠다는 의지다.

회사가 개발한 Curi AI의 강점은 철저하게 '현장 중심의 날 것'에서 나온다. 초기에는 직접 수백 건의 인터뷰 시나리오를 설계하며 유효한 질문의 패턴을 쌓았다. 이후 JTBD(Jobs-to-be-Done)나 공감 인터뷰 같은 전문 리서치 방법론을 실제 소비자 대화 데이터와 결합했다.

해외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지난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Seoul Drop' 팝업 행사에 직접 참여해 K-뷰티에 관심 있는 현지 고객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집했다. 특히 행사에서 만난 한 마이애미 거주자는 이은호 대표에게 한국 스킨케어 제품에 대한 강한 구매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뿐만 아니라 동부 마이애미에도 잠재적 수요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대표는 "소비자가 무엇에 지갑을 여는지 보여주는 이 날것의 데이터들은 대화의 맥락을 잃지 않게 해준다"며 "이는 Curi AI를 더욱 강력한 모델로 만드는 핵심 자산이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블랙후즈는 Curi AI의 효율성까지 잡았다. 이은호 대표는 "기존 GPT 같은 범용 LLM은 인터뷰 후속 질문을 생성하는 특화 태스크에는 불필요하게 비싸다"며 "인터뷰라는 좁고 깊은 도메인에 최적화된 소형언어모델(SLM)과 검색 증강 생성(RAG)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uri AI는 인터뷰 시나리오와 산업 지식을 실시간으로 참조하는 구조"라며 "가볍고 빠른 질문으로 속도, 비용, 품질을 모두 잡았다"고 첨언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발생하는 고질적인 '환각 현상(Hallucination, 오답을 정답처럼 제시하는 현상)'에 대한 대비책도 확실하다. 이은호 대표는 "AI가 엉뚱한 질문을 던지지 않도록 인터뷰 흐름을 관리해야 한다"며 "별도의 가이드레일 레이어(Layer)를 두고 품질을 엄격하게 제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호 대표가 선정한 첫 K-뷰티 수요 지역은 미국이었다. 그는 "미국 내 K-뷰티 수요는 이미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브랜드들의 갈증이 큰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큰 난제점은 다름 아닌 언어적 간극이었다. 영어가 통용되는 미국과 달리, 고유 언어를 사용하는 중동 지역,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유저인터뷰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문화적 장벽도 존재했다. 미국에서 거주 중인 흑인 고객사들은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화장품과 선크림 등 스킨케어 제품에 대해 '우리 피부랑 안맞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표출하고 있었다.

이 장벽을 허물기 위해 휘게·바이오모아 등 국내 뷰티 브랜드들은 블랙후즈의 AI 음성 인터뷰를 도입하고 있었다. Curi AI는 까다로운 문맥 파악이 필요한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현지어 인터뷰 및 실시간 번역을 지원한다. 미국을 제외하고도 남미와 유럽의 핵심 소비층과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것이다.

글로벌 뷰티 시장의 특성상, 미국에서의 성과와 데이터 확보는 유럽 및 중남미 시장 진입의 유효한 교두보가 된다. 히스패닉(미국 내 스페인 문화권 국가 출신 인구) 소비층을 통해 중남미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산된 콘텐츠가 글로벌 스페인어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은호 대표에 따르면 Curi AI의 다국어 인터뷰 기능은 브랜드들의 현지 진입 장벽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솔루션이다.

정부와 글로벌 기업도 이 서비스에 대해 아낌없이 지원해주고 있었다. 블랙후즈는 TIPS에 선정돼 기술 개발에 집중할 자금과 시간을 벌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엔비디아(NVIDIA) 인셉션 기술 지원 프로그램에도 선발돼 현장 마케팅, 투자 유치 등을 지원 받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 KSC 1기 입주 기업 선정·입주는 이번 미국 시장 진출의 가장 중요한 발판이었다.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거점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 시장에서 신뢰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지난 5월 'Seoul Drop'에서 현지 소비자를 직접 인터뷰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거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은호 대표는 'Curi AI'를 통해 전 세계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소비자 인사이트 글로벌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 블랙후즈


이은호 대표가 제시한 목표는 확실하다. 그는 "올해안으로 미국 K-뷰티 브랜드를 중심축으로 삼아 유료 고객사를 확장하겠다"며 "내년에는 패션 뿐만 아니라, 식품, 소비재로 영역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영토 확장도 추진 중에 있다. 오는 17일에는 프랑스에 개최하는 '비바텍(VivaTech)'에 참가해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글로벌 브랜드들을 돕는 데서 더 큰 사업 기회를 보고 있다" 며 "언어와 국경에 제약없이 브랜드들이 고객을 정확히 알고 마케팅과 진출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프랑스를 비롯해 독일, 포르투갈 등 여러 유럽 국가들도 진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추측(Guess) 하지 말고 직접 물어봐라'라는 모토로 사업을 시작한 이 대표는 새로운 시장의 소비자와 언어·문화의 장벽 없이 즉시 대화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의 출발선은 이제 글로벌 무대로 향하고 있다. 

이은호 대표는 "전 세계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소비자 인사이트의 글로벌 인프라'라는 거대한 비전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블랙후즈는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創工) 구로 14기 육성기업으로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대표 전화성)가 함께 육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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