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건설 현장에서 조적공이 수행하는 작업은 흔히 '단순 반복 노동'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근로자를 대리하는 노무사의 시각에서 보면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벽돌 한 장을 들어 올리고, 모르타르를 바르고, 수평을 맞추는 일련의 과정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 번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손목은 지속적으로 꺾이고 비틀리며 하중을 견디게 되는데, 이러한 부담은 결국 신체에 분명한 흔적을 남긴다.
문제는 이러한 손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충돌과 같은 사고성 재해와 달리 조적공의 손목 질환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악화된다. 초기에는 단순한 통증이나 뻐근함으로 시작되지만, 이를 방치한 채 작업을 지속할 경우 건초염, 손목터널증후군, 나아가 삼각섬유연골복합체(TFCC) 손상과 같은 질환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를 개인의 체질이나 노화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 대리했던 사건 중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약 10년 이상 조적공으로 근무해온 한 근로자는 손목 통증이 심화돼 병원을 찾았고 정밀검사 결과 삼각섬유연골 복합체(TFCC) 손상이 확인됐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최초 심사에서 이를 퇴행성 질환으로 보고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서 중요한 쟁점은 단순히 '질병이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그 질병이 업무로 인해 발생했는가'였다.
재해자의 질환은 업무상 질병임을 입증하기 위해 해당 근로자의 작업 이력을 면밀히 분석했다. 하루 평균 시공하는 벽돌의 수량, 작업 시간, 휴식 구조, 그리고 손목 사용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또한 동료 근로자들의 진술을 통해 작업 강도의 일관성과 반복성을 입증했다. 그 결 손목에 가해진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부담이 질환 발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인정됐고 결국 산재 승인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조적공의 손목 질환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작업 방식과 환경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업무상 질병이다. 특히 손목을 비트는 동작, 무게를 지탱한 상태에서의 미세 조정, 반복적인 충격과 압박은 인체에 상당한 부담을 주며, 이는 의학적으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한 손상 메커니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산재 신청이 초기 단계에서 불승인되는 이유는 이러한 '누적 손상'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진단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의 작업이 얼마나 반복적이고, 얼마나 오랜 기간 지속됐으며 신체에 어떤 방식으로 부담을 가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사업주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복 작업에 대한 적절한 관리 없이 생산성만을 강조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유사한 산재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작업 공정의 분산, 보조 장비의 도입, 휴식 시간의 확보 등은 단순한 배려 차원을 넘어 법적 책임을 예방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산업재해는 더 이상 '우연한 사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반복과 누적 속에서 발생하는 질병 역시 명백한 재해다. 조적공의 손목은 단순히 벽돌을 쌓는 도구가 아니라, 오랜 시간 노동을 견뎌온 결과물이다. 그 손목에 나타난 이상 신호를 개인의 문제로 돌릴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구조적 문제로 인식할 것인지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민희 노무법인 산재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