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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인력경영] 사람은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을 때 학습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이 던진 노동시장 개혁의 신호

이윤선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 onestar4u@gmail.com | 2026.06.02 09:30:40
[프라임경제] 최근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발표하며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공정수당을 지급하고, 반복적인 단기계약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비정규직 처우개선 정책이나 임금정책으로 해석한다. 물론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인력경영학자의 시각에서 본다면 이번 발표의 의미는 단순한 임금 인상을 훨씬 넘어선다. 

이번 정책은 오랫동안 한국 노동시장을 지배해 온 고용구조의 문제를 인정하고, 노동자들에게 다시 학습의 동기를 부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는 약 14만6000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절반이 1년 미만 계약 상태에 놓여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그 비율이 64.1%에 달한다. 

정부 스스로도 공공부문에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한 반복적 단기계약 등 불공정 관행이 존재했다고 인정하며, 공공부문이 모범적 사용자로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국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이중구조 속에서 운영되어 왔다. 문제는 이 구조가 단순히 임금격차만 만든 것이 아니라 학습과 성장의 동기까지 약화시켰다는 점이다. 

정규직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환경 속에서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직장을 지킬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기 쉽다. 반대로 계약직은 아무리 노력하고 새로운 역량을 개발해도 결국 계약 종료와 함께 다시 같은 위치로 돌아갈 것이라는 체념을 경험하게 된다. 

한쪽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다른 한쪽은 변화의 가능성을 믿지 못한다. 결국 양쪽 모두 학습에 대한 동기를 잃어버리게 된다. 

사람은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을 때 배우고 성장한다. 승진의 가능성이 있을 때, 더 좋은 기회가 열려 있다고 생각할 때, 현재의 노력이 미래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때 비로소 자기계발과 역량 향상이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정수당 도입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다시 희망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정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개편된 직업공통능력 체계와도 맞닿아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여년간 사용해 온 NCS 직업기초능력을 직업공통능력으로 전면 개편하며 AI 시대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새롭게 제시했다. 

특히 자기관리능력을 독립된 핵심 영역으로 강화하고, 그 하위 요소로 경력개발능력, 적응학습능력, 시간관리능력을 제시했다. 그러나 자기관리능력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만들어지는 역량이 아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경력개발을 요구하고, 언제 계약이 종료될지 모르는 노동자에게 적응학습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자기관리능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조직과 제도가 제공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함께 존재해야 한다. 

결국 이번 정책은 고용불안정 자체도 보상받아야 할 노동조건이라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노동자들에게 "당신의 노력은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최저임금을 공정임금처럼 착각해 왔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생존을 위한 최소 기준일 뿐이며, 노동의 가치와 고용불안정성까지 반영하는 공정임금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은 공공부문이 먼저 노동의 가치와 고용불안정성을 인정하고, 이를 보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 나아가 이는 단순한 복지정책도, 단순한 임금정책도 아니다. 노동자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만들고, 다시 배우고 성장할 이유를 제공하는 인재개발 정책이며 인력경영 정책이다. 

사람은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을 때 학습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발표는 공공부문 처우개선 정책을 넘어, 직업공통능력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노동시장 질서를 향한 첫걸음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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