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의 5월 판매 성적표가 엇갈렸다. 같은 현대차그룹 안에서도 현대차는 국내 판매 급감과 해외 판매 둔화가 겹치며 뒷걸음질 쳤고, 기아는 국내 시장 정체에도 해외 판매 증가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5월 실적의 차이는 내수와 해외 판매가 각사 전체 실적에 미친 영향에서 갈렸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에서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하며 전체 판매 감소폭을 키웠다. 반면 기아는 국내 판매가 소폭 줄었지만 해외 판매가 이를 만회하며 글로벌 판매 증가를 이끌었다.
현대차는 2026년 5월 국내 4만5364대, 해외 28만109대 등 전 세계 시장에서 총 32만5473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7.7% 감소한 수치다. 국내 판매는 23.1% 줄었고, 해외 판매도 4.6% 감소했다.
기아는 같은 기간 국내 4만4713대, 해외 23만2781대, 특수차량 221대 등 글로벌 시장에서 총 27만7715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2.7% 증가했다. 국내 판매는 0.6% 감소했지만, 해외 판매가 3.4% 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현대차, 내수 급감에 공급 차질까지
먼저 현대차의 5월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국내 판매 감소폭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4만5364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1% 줄었다. 전월과 비교해도 16.1% 감소했다.
차종별로 보면 세단은 △그랜저 5183대 △아반떼 4526대 △쏘나타 4118대 등 총 1만4876대가 팔렸다. RV는 △싼타페 2862대 △아이오닉 5 2575대 △투싼 2183대 등 총 1만5799대 판매됐다. 소형 상용차는 포터 4270대, 스타리아 1912대 등 총 6312대가 팔렸고, 중대형 버스와 트럭은 총 2216대 판매됐다.
제네시스는 △G80 2220대 △GV70 1798대 △GV80 1547대 등 총 6161대가 팔렸다. 제네시스 판매량은 현대차 국내 판매의 한 축을 유지했지만, 전체 내수 감소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해외 판매도 힘을 보태지 못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해외 시장에서 28만109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4.6% 감소했다. 국내와 해외 판매가 동시에 줄면서 글로벌 전체 판매 역시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차의 부진은 수요 부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현대차는 협력사 부품 수급 차질에 따른 생산 감소 영향이 이번 달에도 이어졌고, 주요 차종의 공급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판매 현장에서 수요를 흡수할 물량 자체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만 현대차는 더 뉴 그랜저 출고가 이달부터 본격화되는 만큼 판매 실적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랜저는 국내 세단 시장에서 여전히 상징성이 큰 모델이다. 신차효과가 실제 출고 증가로 이어질 경우 6월 이후 내수 회복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기아, 국내 정체에도 해외서 성장
기아의 5월 실적은 현대차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국내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0.6% 감소한 4만4713대를 판매하며 큰 폭의 성장을 만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해외 판매가 23만2781대로 3.4% 증가하면서 글로벌 전체 실적은 전년 대비 2.7% 늘었다.
지난달 기아 국내 판매를 이끈 모델은 쏘렌토였다. 쏘렌토는 7836대가 팔리며 기아 내수 최다 판매 차종에 올랐다. RV 판매는 △스포티지 4760대 △카니발 4543대 △셀토스 3169대 등을 포함해 총 2만8683대를 기록했다. 국내 판매에서 RV 비중이 여전히 높게 유지된 셈이다.
승용 모델은 △레이 3419대 △K5 2237대 △모닝 2234대 등 총 1만979대가 판매됐다. 상용 부문에서는 봉고Ⅲ 2644대, PV5 2303대 등 총 5051대가 팔렸다. PV5가 상용 실적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글로벌 차종별 실적에서는 스포티지가 5만2293대로 가장 많이 팔렸다. 셀토스는 2만9208대, K4는 2만1488대로 뒤를 이었다. 해외 판매만 놓고 봐도 스포티지가 4만7533대로 최다 판매 모델을 차지했고, 셀토스와 K4가 뒤를 받쳤다.
기아의 5월 성장은 해외 시장에서 만들어졌다. 국내 판매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상황에서도 글로벌 판매가 늘어난 배경에는 SUV와 친환경차 중심의 지역별 전략이 자리한다. 기아는 미국에서는 SUV 하이브리드, 유럽에서는 대중화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운 판매 전략을 통해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판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5월 실적은 같은 그룹 안에서도 판매 구조와 공급 여건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공급 차질과 내수 급감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았고, 기아는 국내 정체를 해외 판매 증가로 상쇄했다.
특히 국내 시장의 둔화 흐름 속에서 해외 판매와 친환경차 라인업의 중요성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현대차에는 주요 차종 공급 정상화와 신차 출고 확대가 과제로 남았고, 기아에는 해외 성장세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5월 성적표는 단순한 판매량 차이를 넘어, 현대차그룹 내 두 브랜드의 판매 체력과 시장 대응 방식이 갈라지는 지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