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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는 술'에서 '즐기는 음료'로…주류업계는 질적 진화 中

'소버 큐리어스'가 바꾼 주류 지도…성분 차별화와 RTD 확대로 정면 돌파

이인영 기자 | liy@newsprime.co.kr | 2026.04.07 09:12:16
[프라임경제] "술을 꼭 마셔야 할까."

건강과 자기관리를 중시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트렌드가 국내 주류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소버(Sober)'와 '큐리어스(Curious)'를 결합한 이 용어는 건강한 삶을 위해 음주를 의도적으로 줄이거나 멀리하는 태도를 뜻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소비까지 확산되며 이러한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내수 침체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주류업계도 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단순히 도수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무알코올 제품 확대와 성분 차별화, 해외 시장 공략까지 아우르는 '질적 경쟁'으로 전략을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10년째 줄어든 술 소비…'양적 성장' 시대의 종말

국내 주류 시장은 이미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주류 출고량은 2015년 381만㎘에서 2024년 315만㎘로 약 17.2%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5일까지 방탈출게임 형식의 팝업스토어 '새로중앙박물관'을 운영했다. 사진은 팝업스토어에서 선보인 '새로술상'. ⓒ 롯데칠성음료


음주 문화 자체도 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월간 음주율은 57.1%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이같은 변화는 실적에도 반영됐다. 롯데칠성음료(005300)와 하이트진로(000080) 등 주요 업체들은 점유율 방어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늘리는 동시에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경기 요인이 아닌 구조적 수요 감소로 해석하고 있다.

◆"알코올 대신 '가치' 채운다…성분 차별화와 프리미엄 전략"

업계의 1차 대응은 '저도화'였다. 하지만 도수 인하를 둘러싸고 정체성 훼손과 원가 절감 논란이 제기되면서, 기업들은 제품 차별화로 방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대표 사례가 새로 소주다. 롯데칠성음료는 올 초 '새로' 리뉴얼을 통해 알코올 도수를 15.7도로 낮추는 동시에, 국산 쌀 100% 증류주를 첨가해 부드러운 맛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BCAA 3종(로이신·이소로이신·발린)을 포함한 아미노산 5종을 더해 맛의 균형을 잡는 등 단순한 '저도주'가 아닌 성분 기반 프리미엄화 전략을 내세웠다.

이는 '가볍게 마시되 품질은 따지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시도로 풀이된다.

◆무알코올·RTD 시장 확대…'취하지 않는 소비' 공략

내수 방어의 또 다른 축은 무알코올과 RTD(Ready-To-Drink) 제품이다.

'테라 제로' 캔 제품과 '하이트제로0.00' 캔 제품 이미지. ⓒ 하이트진로음료


하이트진로음는 무알코올 맥주 테라 제로를 출시하며 기존 '하이트제로0.00'과의 투트랙 전략을 구축했다. 제품 간 역할을 분리해 소비층을 세분화하는 방식이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순하리' 라인업을 강화하고, 유자·상그리아 등 과실 기반 제품을 확대하며 RTD 시장 공략에 나섰다. 통과일 동결 침출 공법과 제로 슈거 콘셉트를 결합해 '헬시 플레저'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히 술을 대체하는 제품이 아니라, '취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음료 경험'을 제안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내수 한계 넘는다…'과일향 소주'로 해외 공략

내수 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업계는 성장 동력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진로(JINRO) 수출용 제품 이미지. ⓒ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이달 3일 선보인 수출 전용 제품 멜론에이슬은 미국, 일본, 베트남 등 20여개국에 순차 출시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과일향 소주와 리큐르 제품은 해외에서 '가볍고 트렌디한 술'로 인식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K-콘텐츠 확산과 맞물려 소주가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사실상 제로섬 경쟁에 가까운 반면, 해외 시장은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이라며 "수출 확대가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WSR에 따르면 RTD 시장은 지속 성장해 향후 수십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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