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즘 중소기업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자금 문제다. 산적한 악재 속에서 크든, 작든 자금의 융통은 당연히 중소기업의 생명줄이다. 그러나 거래관계에 있는 대기업에서 결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문제는 대기업 자금담당자들이 충분히 결제가 가능한 자금을 쥐고 중소기업들에게 지나치게 어깨를 세운다는 것에 있다. 모임에 참석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이런 문제로 20년간 운영하던 회사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이날 모 기업 임원이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얼마 전, 평소 왕래가 잦던 중소기업 사장이 자신을 찾아와 회사의 결제를 한 주 앞당겨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유는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서라고.
대기업에선 어차피 한 주 뒤면 결제를 해주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약간을 앞당긴다고 해서 무리가 따르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반면 중소기업 사장 입장에선 당장 어음이라도 변통해야 하는 절실한 입장이었다고 한다.
이 임원이 자사의 자금담당자를 직접 찾아가 중소기업 사장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3천만원의 선결제를 부탁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자금담당자가 하는 말이 혀를 차게 만들었나 보다.
자금담당자는 “겨우 3천만원이 없어 결제를 당겨 달라는 것이냐. 그런 사람이 무슨 사업을 한다고. 3천만원도 없으면 그냥 문을 닫아버리지 무엇하러 회사를 운영한다고 고생이냐”라고 면박을 줬다고 한다.
이 임원은 같은 기업에 근무하는 자금담당자의 말에 기가 막혔다. 회사 자금으로 결제를 하는데, 어찌 그리 무심한 말을 하는지 울컥하는 마음까지 들었다고 한다.
중소기업 사장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밥줄을 책임져야 하는 절박한 심정이 깔려 있었지만, 우월한 위치에 있는 대기업 자금담당자는 그저 무능한(?) 중소기업 사장에 대한 성토뿐이었다.
결제를 부탁하던 중소기업 사장은 하루를 꼬박 자금담당자 옆에 벌서듯 앉아 있다가 소득도 없이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요즘 같은 현실에서 중소기업에게 3천만원이라는 자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도 한참 모른다고 이 임원을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영업 일선에서 움직이는 직장인이라면 기업의 자금담당자들 입김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이들의 결정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현직 영업맨들의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금담당자들의 어깨는 더욱 뻣뻣해지는 모양이다.
식사 자리에 함께 참석한 중견기업 한 임원은 영업맨으로 있을 때 일화 하나를 대화에 보탰다.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자존심 버리고 새파랗게 어린 자금담당자에게 90도 인사는 물론이고,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잔업에 특근까지 했지만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결제일이 자금담당자 손가락 하나로 늦춰질 수 있어 수 십 번씩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대기업 자금담당자들의 입장에선 중소기업의 자금에 대한 고충을 알기는 힘들다. 현장에서 경험을 해봐야 한푼 두푼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연약한 중소기업에겐 태산과도 같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모든 기업의 자금담당자들이 어깨에 힘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부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최대한 편의를 봐주고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그 자리를 천년만년 할 것도 아닌데 무리가 없다면 도와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란 모 기업 임원의 말처럼,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이 조금만 더 ‘상생’의 단어를 생각해주면 어떨까.
이강혁 기자/프라임경제
저작권자(c) 프라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