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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불필요한 의료처치를 거부하고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해 이뤄지는 죽음. 현재 세계적으로 이슈다) 문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세브란스는 17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으로의 비약적 상고’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비약적 상고는 판결의 확정을 신속하게 하고, 특히 법령의 적용에 착오의 유무를 판단하는 판결에서 신속하게 최고법원이 그 착오의 유무를 확정하여 사회생활의 안정을 기하는 데 존재 의의가 있다. 다만 그 의미가 크고 비상의 경우이므로, 엄격한 요건에 의해 추진되며, 자주 행해지지 않는다.
김 모 씨는 이미 식물인간이 된 노모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기 위해 법적 판단을 구했고, 1심인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이에 대해 인정하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이 소송에서 피고로 되어 있는 세브란스측에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연세의료원측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사려 있는 고민이 담겨 있다”면서 “생병에 관한 결정이니 만큼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에 대법원의 최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세브란스는 “세브란스 측은 이번 비약적 상고 결정에 대해 원고측 동의 없이도 항소는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라매 사건 여파 컸다
물론 이렇게 세브란스측이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보는 것은 인간 존엄성 문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세브란스측이 확실하게 매조짐을 하기 위해 서두르는 이유는 환자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아 판단을 빨리 받아야 한다는 급박성과 함께, 의료계에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보라매 병원 사건’에 대한 충격이 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보라매 병원 사건은 지난 90년대 의료 사건 중 가장 논란을 빚었던 사건 중 하나로,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환자 가족 동의 하에서 이뤄지는 의료 절차 중단’에 대해 처벌이 이뤄졌던 사건이다.
이 문제를 놓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구성해 ‘살인’으로 처벌할 것인지, ‘살인방조’로만 볼 것인지, 혹은 무죄인지를 놓고 논쟁이 있었고, 결국 사법부는 방조쪽으로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에서도 세브란스측은 보라매 사건의 전례를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세브란스와 가족이 1심 판단에 따라 호흡기를 제거했다가는 수사당국에 의해 형사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위축감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기독교 재단 눈치도 안 볼 수 없어
하지만 이번 비약적 상고 판단에 대해서는 세브란스측이 모든 판단을 법원과 가족들에게 넘기고 안전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확실한 면죄부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냥 해당 사건을 확실히 하자는 점에서만이 아니라, 앞으로 이런 문제가 세브란스 입원 환자 중에 또 나오는 경우 등에도 일괄적으로 면죄부를 받고 싶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항소와 정상적인 상고 절차를 기다리는 중에 사망하는 경우, 법적으로는 보라매 사건 이후 여전히 똑같은 상황으로 남기 때문에 이번 김 모 씨의 서부지법 사건을 계기로 ‘빨리’ 판단을 얻어내자는 계산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환자 개개인의 문제에 대한 고뇌보다는 병원 차원의 이익에 무게중심이 조금 더 가 낳아 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논란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 재단이 개신교 재단이라는 점이다. 세브란스는 학교본부측과는 조금 떨어진 자유스러운 경영 상황을 만들어 왔지만, 재단의 입장에서 전혀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의료진으로서 할 판단이 아닌 영역까지도 고민을 해야 한다는 이슈가 하나 더 안고 있는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이번 비약상고로 인해, 의료진이 불필요한 시술을 하면서 생명 연장을 해 오던 지난 90년대 후반 이래의 관계에 제동이 걸릴지가 주된 초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세브란스측이 이번 사건을 통해 학교재단과 다른 세계관을 확립해 나가게 될지 주목된다.
과거 다른 주체인 세브란스와 연희대학교가 합쳐진 아래 가장 큰 정체성 논란으로까지 해석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세브란스가 재단과 대학본부와의 관계형성에서 어떤 전기를 맞이할지 주목된다.
다만, 뇌사 문제나 장기 이식 등도 과거 법적, 종교적 논란과 맞서면서 확립돼 온 것인데, 이렇게 환자 생명과 존엄성을 지키기위해 분투해 온 선각자적인 역할 대신 안전성에 세브란스측이 눈길을 더 두었다는 점에서, 서울대병원 등과 함께 사실상 한국 의료계 발전을 이끌어 온 기관으로서는 조금 아쉬운 자세라는 평가도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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