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대기업에서 10년째 홍보업무를 하고 있는 노모(40)씨는 업무상 잦은 술자리에 시달리는 터라 평소 숙취 해소제와 간 보호제를 달고 다닌다. 어느 날 앉아 있다가 일어서려는 찰라 엉덩이와 허벅지에 송곳으로 찌르는 듯 강한 통증을 느꼈다. 피곤해서 그러려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노씨는 점점 허리와 무릎에도 통증이 오자 정형외과를 찾았다. 진찰 결과 노씨의 병명은 대퇴골두무혈성괴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해보니 대퇴골두가 이미 썩고 있어 수술이 시급했다.
알코올, 고관절 괴사 유발 원인
인기가수 김경호, 탤런트 이영하가 고생한 질환이기도 한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고관절(허벅지 뼈)에 생기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다. 뼈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산소와 영양공급이 충분해야 하며, 이 역할을 하는 것은 혈액이다.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뼈가 푸석푸석해지면서 결국 썩어 들어가게 된다. 즉,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고관절의 머리 부분이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뼈가 괴사되는 무서운 병이다.
이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고관절질환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지만,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회활동이 왕성한 30~50대의 청장년층에서 많이 볼 수 있으며, 여성보다 남성 환자가 3배 이상 많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제의 남용 및 사고로 인한 고관절 골절, 탈구의 후유증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음주이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증가시키게 되고, 혈액이 쉽게 응고되도록 하여 작은 미세 혈관들을 막아 괴사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주일에 4회 이상, 한번 섭취 시 소주 1~2병 이상을 마시는 등의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발병 위험도를 급격히 높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유의 음주문화가 있어 대퇴골두무혈성괴사 발병확률이 서양보다 5배 이상 높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가 생기면 사타구니 앞쪽이 뻐근하고 많이 걸었을 경우 고관절이 쑤신다. 점차 고관절 부위에 심한 통증이 찾아오면서 안쪽이나 바깥쪽으로의 회전 운동에 장애가 생긴다. 양반다리를 할 수 없고, 관절이 주저앉아 다리가 짧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초기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허리디스크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병을 키운 후에 오는 환자들이 많다. X레이 상으로도 특별한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자기관절 살리는 시기를 놓쳤다면 인공관절 대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예방법이 없다. 이미 생겼다면 최선의 치료방법은 수술이다. 이 질환은 병의 진행에 따라 1,2,3,4기로 분류하는데 손상정도로 치료 방법이 결정된다. 1,2기는 겉은 멀쩡한데 속은 삭아 있는 단계이므로 자기의 관절을 유지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3,4기는 관절이 완전히 망가져 자기 형태를 잃어버린 단계로 과거의 건강했던 관절로는 돌아갈 수 없다.
괴사가 심하지 않은 1,2기 경우에는 약물치료나 대퇴골두에 구멍을 뚫는 간단한 감압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감압술 후 생긴 대퇴골두의 구멍 부위에 사람의 뼈와 비슷한 망상 금속(Trabecular Metal)이라는 금속 지지체를 넣어주는 새로운 치료 방법이 개발되어 효과가 훨씬 높아졌다. 이 치료법의 핵심은 사람의 뼈 구조와 유사한 금속이 지지대의 역할을 해 좀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뼈와 혈관의 생성을 유도하는데 있다.
그러나 이미 대퇴골두의 파괴가 너무 심한 3,4기 경우라면 인공 고관절 수술 외에는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다.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잦은 음주를 하는 남성의 경우 양반다리를 할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글_부평 힘찬병원 정형외과 김상훈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