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글로벌 랜드마크는 물론, 작은 빌딩이나 도로 등 모든 건축물은 건축사와 건설사, 그리고 노동자 사상이 모두 녹아든 집합체다. 때문에 공장 생산물과 달리 이용객이나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가치를 제공하면서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야기하곤 한다. 사상누각(事象樓閣)에서는 건축물 속 사상과 이들 건축물로 인한 시장 변화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이번 회에서는 '21세기 건축의 기적'이라 불리는 국내 쌍용건설의 작품,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에 대해 살펴봤다.
"싱가포르의 활기 넘치는 도심과 베이 지구 중심에 위치한 랜드마크 데스티네이션 '마리나 베이샌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지난 1977년 10월 쌍용양회에서 분리된 쌍용건설은 곧바로 해외 건설시장에서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첫 페이지는 1978년 9월 쿠웨이트였다. 이후 △1979년 인도네시아 △1980년 싱가포르 △1983년 말레이시아 등 잇달아 해외지사를 설립하며 기반을 다졌다.
무엇보다 2010년 6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을 완공,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작업을 완벽히 이뤄냈다.
◆까다로운 시공 공법에 입찰 건설사 '좌절'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에 위치한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30만2171㎡에 지하 3층~지상 55층 3개동 객실 2561개에 달하는 '5성급 초대형 호텔'이다.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2007년 입찰 당시 글로벌 14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최종 후보에 오른 건 △한국 쌍용건설 △일본 시미즈(SHIMIZU) △프랑스 드라가지(Dragages) △홍콩 게몬(Gammon) 4개 건설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마저 까다로운 시공 공법에 좌절했다. 지면에서 최고 52도 기울어져 올라가는 동측 건물을, 지상 70m(약 23층)에서 서측 건물과 연결한 후 55층까지 건설해야 하는 경사 구조물 시공 공법이 요구된 것이다.
건축 구조 전문가들은 수주 당시 "세계에서 손꼽히는 '최고난도 프로젝트'라 말할 정도로 까다로운 기술력이 요구된다"라고 평가했다.
실제 시공 방법을 찾지 못한 건설사 2곳은 중도 포기를, 나머지 1개사 역시 설계에 맞춰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공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쌍용건설은 설계 원안대로 공사를 수행하면서도 불과 27개월 만에 완공할 수 있는 공법을 제시해 최저 금액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시공사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피사 사탑'보다 10배 더 기울어진 비정형 디자인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이스라엘 출신 글로벌 건축가 '모셰 샤프디'가 설계한 건물이다. 그는 트럼프카드 2장이 서로 기댄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카드 2장이 서로 기댄 모양으로, 3개동이 서있는 모습이다. 각 동은 한자 入(입)자 형상을 띤다.
쌍용건설은 '비정형 디자인'과 같이 현존 건축물 가운데 '최고 난이도'로 불린 경사진 구조물 시공을 위해 교량 건설에 쓰이는 포스트 특수 공법을 사용했다.
해당 공법은 건물 골격인 두께 60㎝ 상당 내력벽에 둥근 관을 넣고, 내부에 와이어를 설치해 지하부터 잡아당겨 발생하는 강한 텐션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세워진 동은 23층 70m 부근에서 겹치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는 쌍용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결정적 기술로 평가된다.
더불어 세계 최초 '포스트 텐션 공법'과 함께 '특수 가설 구조물(Temporary Bracing) 설치 공법'을 사용해 피사 사탑(5.5˚)보다 약 10배 더 기울어진 디자인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거대한 유람선을 하늘에 띄운 듯한 '스카이 파크'는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이는 무게 6만톤 상당 철골 구조물로, 규모(약 1만2408㎡)도 약 축구장 2배 크기에 달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싱가포르 대표 랜드마크로 전 세계적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 건설사 대표로 위상을 높이는 미적 디자인으로 글로벌 건축업 기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쌍용건설은 1997년 전후 외환위기 여파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하지만 2022년 10월 '글로벌세아'라는 새로운 선장을 맞이하며 동남아 및 중동은 물론, 중남미 시장도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쌍용건설은 국내외 건축 시장에서 '누가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느냐'를 가르던 시절을 지나 '누가 더 상상 속 건축물을 빠르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느냐'라는 기술의 척도를 제시한 셈이다.
도심이 고도화되고 집중될수록 기존의 복잡한 시설물을 유지한 상태에서 지하 인프라 건설에 대한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세계 건설사들과 경쟁하며 해외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쌍용건설이 향후 또 다른 변화를 불러올지 이들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