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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 경제의 동맥 "선원"

 

박상익 SK해운연합노동조합 본부장 | 705slop@naver.com | 2024.04.29 16:23:35
대학을 졸업하고 승선근무를 하던 시기, 근황을 묻는 지인들에 "승선근무를 하고 있습니다."고 답을 하면 대부분 "승선근무, 그게 뭔데?"라는 물음이 되돌아왔다.

승선근무라는 용어가 생소한 분들은 한 번에 이해하시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배를 타고 있습니다"고 답하면 "배 타고 있구나?”고 말을 흐리며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거나, "위험하지 않는지?" 등의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배를 타고 있구나"라는 반응은 선원이란 직업을 낮춰 생각하거나 "굳이 선원이란 직업을 왜 선택했을까?" 하는 안쓰러움이 담긴 마음에서 나온 반응이었던 것 같다. 이는 과거부터 뿌리 깊게 내려온 사회적 선입견을 바탕으로 선원이란 직업을 평가했던 것 같다.

현대 사회서 비춰지고 있는 선원이란 직업은 어떤 모습일까?

TV 속 다큐멘터리에선 선장님들은 새벽 일찍 바다로 나가 험난한 파도와 싸우며 생선이나 대게, 새우 등을 힘들게 잡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며,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이 어선에 승선토록 한 후 멀미를 하거나 지친 모습을 보여주며 고통스러운 벌칙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사회에서 실패한 사람들의 도피처 또는 도주의 수단으로 선박을 표현하거나 범법자들이 밀수나 위법행위를 행하는 장소로 선박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선원과 선박을 부정적 이미지로 활용하는 영상매체가 대부분이고, 이들의 중요성에 관해서 설명하는 건 간혹 교육적 차원에서 극한직업으로 소개하거나 해상 물류의 중요성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정도가 전부이다.

이렇듯 선원 이미지에 대한 매체의 부정적 활용은 선원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나아가 직업의 선택에 있어 선원직업을 기피하게 만드는 상황은 선원이란 직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을 위한 활동 역시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선원이란 직업 특히, 외항상선 선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20대에 자수성가할 수 있는 직업, 20대에 자기 성장을 위한 경제적 기반과 제2차 사회적 성장의 기틀을 만들 수 있는 직업이 외항상선 선원이란 직업군이다.

외항상선은 화물의 대량운송, 장거리 운송이 특징으로 전 세계 물동량(무역화물 등)의 대부분을 운송하고 있으며, 원자재, 천연자원의 생산지에서 이를 필요로 하는 국가, 항만으로 수송하고, 이러한 원자재를 이용하여 생산된 각종 제품을 전 세계의 필요로 하는 장소로 운송하는 물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수의 외항상선은 선박에 선적하는 화물의 종류에 따라 해당 화물의 특성에 맞춰 건조된 전용선박의 형태로, 최근 조선소의 수주 실적에서 친환경, 부가가치 높은 선박으로 언급되는 -165도로 액화된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운반하기 위한 LNG운반선, 매년 1월 1일 새해 해돋이를 방영하는 TV 화면에서 국내 생산된 제품을 컨테이너 박스에 싣고 수출을 위해 힘차게 출항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컨테이너 선박이 대표적이며, 화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전용화된 선박들이 전 세계를 오가며 운항 중이다.

이러한 외항상선 선박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해기인력 양성기관을 졸업하고 외항상선을 운영하는 선사(해운사 등)에 입사하여 승선근무를 할 경우 3등항해사, 3등기관사로 1~3년 경력을 쌓은 후 2등항해사, 2등기관사로 1~3년 근무를 해 통상 4~5년 정도 지나면 1등항해사, 1등기관사로 승선근무를 할 수 있다. 각 직급에 따른 평균 연봉은 3등 4 ~ 6천만원, 2등 5 ~ 7천만원, 1등 7천만원 ~ 1억원 수준이다.

통상 29세 전후로 자신이 받은 연봉으로 약 3억원의 현금을 모을 수 있고, 4~6년의 승선근무를 통한 경력, 면허의 UpGrade 등을 통해 일을 지속하거나 제2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풍부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실제 선원들의 이직을 확인해 보면 선박검사관, 항공 파일럿, 해운사 관리직, 관세사, 공기업 직원, 변호사, 공무원(해양경찰, VTS, PSC 등) 등으로 나타난다.

승선근무를 하는 기간에는 승선 일수에 따른 유급휴가를 부여받아 6개월 승선 시 약 70일 정도의 유급휴가가 발생되고, 선원들은 제주도 한 달 살기, 한 달간의 해외여행 등 취미생활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일반 직장인이 가지기 어려운 긴 휴가로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대인관계의 물리적 거리는 아직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짧은 승선근무와 유급휴가 기간의 확대, 통신기술의 발달로 정신적 거리는 가까워지고 공감 지수도 높아짐에 따라 사회적 관계에 대한 문제점도 점진적으로 개선되었다.

또 승선근무를 하는 동안 거주, 교통, 식사 비용에 대한 문제가 모두 해결됨에 따라 사회생활에서 발생되는 의식주 및 출퇴근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수입의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과거에는 수직적인 조직구조로 인하여 위계질서 또는 인권 관련 다양한 Issue들이 발생 하기도 했으나, 최근 10년 전부터 선박에 도입된 인터넷을 통한 원활한 소통, 인권 보호를 위한 각종 교육, 변화된 사회적 환경과 제도로 인하여 선박 구성원(선원) 내 Issue는 일반적인 육상 회사 수준과 동등해졌다.

물론 4~5개월간 계속해서 한정된 공간인 선박에 승선해서 망망대해를 오가며 업무를 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또한 최근의 선박들은 기기들이 대형화, 자동화가 많이 이루어져서 화물을 부리는 시간(싣고 내리는 시간 - 하역시간)이 짧아짐에 따라 선박이 항만에 기항했을 때 기항하는 국가를 둘러보는 기회가 감소한 단점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승선근무 이후 주어지는 유급휴가 기간 동안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해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점으로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다고 본다. 

승선근무 경험과 선박 운항에 필요한 다양한 자격의 유지를 위해 받은 교육(해상안전교육, 선박운항 시물레이션, 응급처치 교육, 화재진압교육 등)을 토대로 육상의 전문성 있는 직업으로의 이직이 용이한 것도 선원직업의 장점이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선박을 운항하거나 선박 운항을 지원하는 선원들이 없을 경우 대한민국의 경제는 동맥경화에 걸리거나 아예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것은 선원이 가져야 할 자부심 중 하나이다.

끝으로 우리 사회가 선원이란 직업을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군으로 국가의 운영과 존립에 필수적인 직업으로 자부심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길 희망하며, 우리 젊은 세대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특수한 화물을 대량으로 전 세계로 운송하는 전문직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본인 스스로 노력을 통한 경제적 자립과 향후 정년 이후까지도 승선경력을 통한 업무 수행이 가능한 외항상선 선원이란 직업에 도전해 주기를 바란다.

     



박상익 SK해운연합노동조합 본부장

선원에 대해 궁금한 부분은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SK해운연합노동조합, 사단법인 전국해운노동조합의회 051-441-9953, 464-7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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