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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만명 신용사면에…금융권 "눈 뜬 장님 만든 꼴"

신용평가 신뢰성 저하 불가피…성실 차주 역차별 논란도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4.01.19 11:00:12
[프라임경제] "신용사면은 금융권을 눈 뜬 장님으로 만드는 꼴이다" 

금융권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15일 금융위원회가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 지원을 위한 협약식'에서 신용사면을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금융권 불만이 상당하다. 1금융권을 비롯해 2금융권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잡음이 계속된다.

신용사면은 연체자의 연체 기록을 삭제해 정상적 금융활동이 가능하게 하는 조치다. 차주가 대출금이나 카드대금 등을 제때 갚지 못하면 연체 이력이 남는다. 연체액과 기간에 따라 기록이 남는 기간이 다르지만, 100만원 초과 금액을 90일 이상 연체하면 '신용불량자'로 분류된다. 관련 연체 정보는 신용평가사(CB)에 보관돼 금융사와 공유한다.

금융당국이 신용사면을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금융권 불만이 상당하다. ⓒ 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2021년 9월1일부터 2024년 1월31일까지 2000만원 이하 연체가 발생한 이들이 오는 5월까지 상환을 완료하면 신용회복을 지원할 방침이다. 약 290만명이 연체기록 삭제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이중 250만명은 신용점수(신용평가사 나이스 기준)가 평균 39점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나이스 기준 863점)를 넘게 돼 저금리로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25만명으로 추산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이례적인 고금리·고물가 지속 등 예외적인 경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연체돼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 현재 290만명이 넘는다"며 "비정상적 외부 환경 때문에 연체에 빠진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재기의 기회를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은행권은 대출척도로 활용해온 신용등급에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에서 바라는 것처럼 순기능만 작용하면 좋겠지만 신용등급 왜곡이 일어날 것"이라며 "가령 과거 연체가 많이 발생하는 등급이 9~10등급이었다면, 앞으로는 7~8등급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기존 신용평가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어 여신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아무리 은행이 신용평가를 정밀히 하려해도 정보가 없으니 눈 뜬 장님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내부 신용평가 역시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타행에서 유입된 연체자의 경우 관련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서다. 은행이 대출을 해줄 때 차주가 상환능력이 있는지 판단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외려 중·저신용자 대출장벽이 높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성실차주 '역차별' 논란도 뜨겁다. 그간 연체를 하지 않기 위해 성실하게 대출을 갚아오던 성실차주로서는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있어서다. 

연체횟수, 채무상환비율 등을 고려하지 않고 소액연체라는 이유만으로 신용사면을 반복할 경우 상습 연체자가 늘어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전요섭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코로나19 이외에도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커져서 불가피하게 연체하는 분들이 많았으니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진행이 되는 것"이라며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지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액 연체자에 대해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복귀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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