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지속된 반도체 혹한기로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전자(005930)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SK하이닉스(000660)는 올해 내내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반도체 업황 부진에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삼성전자도 결국 올해 감산에 동참했다. 반면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주목받은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생산량을 늘려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올해 누적 적자 규모 20조원 돌파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 DS 부문과 SK하이닉스의 누적 적자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섰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4조5800억원 △2분기 4조 3600억원 △3분기 3조7500원원을 기록해 누적 적자만 12조6900억원에 달한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3조4023억원 △2분기 2조8821억원 △3분기 1조7920억원을 기록해 누적 적자가 8조764억원이다.
반도체 재고가 계속 쌓이면서 재고 자산평가손실도 확대됐다. 이에 제조사들은 지난해부터 일제히 감산에 돌입하고 감산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감산을 시작했다.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삼성전자도 결국 올해 4월 메모리 반도체 감산 돌입을 선언했다. 이후 3개월 만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량을 더 줄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당분간 낸드 감산 기조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낸드의 적층 수가 증가하며 투자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추가 감산 효과가 올 4분기 이후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감산 효과는 6개월 정도 소요돼 내년 1~2분기는 반도체 사업부 실적이 회복될 전망이다.
◆AI 수요 겨냥 HBM 생산량 늘려
AI 수요를 겨냥해 HBM 생산량은 늘린다. 부가가치가 큰 HBM이 반도체 실적 개선의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는 모습. ⓒ 삼성전자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이다. 생성형 AI 서버에 탑재되는 HBM 가격은 기존 메모리보다 6배 이상 높아 수익성도 뛰어나다.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생산 능력을 올해보다 2.5배 이상 늘린다. 천안·온양 패키징 라인을 중심으로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천안사업장 내 생산 부속시설 건설을 위한 부지 확보를 목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105억1000만원의 부동산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HBM3(4세대 고대역폭메모리)와 HBM3E 신제품 사업을 확대 중이며 이미 주요 고객사와 내년 공급 물량에 대한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다. HBM3는 3분기에 이미 8단과 12단의 양산 공급을 시작했고, 4분기에는 고객사 확대를 통해 판매를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는 HBM3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내년 상반기 내 HBM 전체 판매 물량의 과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메모리 테크 데이' 행사에서 초당 최대 1.2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초고성능 HBM3E D램 '샤인볼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4세대 제품인 HBM3 8단과 12단 제품을 양산 중이며, HBM3E도 고객에게 샘플을 전달하고 있다.
현재 HBM 시장에서 한발 앞선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HBM3E 개발을 완료하고, 성능 검증을 위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마케팅담당 부사장은 "HBM3 시장 선도 부분은 자신 있게 말씀 드릴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서 HBM3뿐 아니라 HBM3E를 다 포함해 내년도 캐파(생산능력)가 솔드아웃(매진)됐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회사의 D램 사업에서 HBM가 차지하는 비중이 시장 평균인 10% 중반을 훨씬 더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SK하이닉스는 설비 투자를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였지만, HBM 투자는 이어가고 있다. 청주 공장 일부를 개조해 HBM 제조 핵심 공정인 실리콘관통전극(TSV)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D램 시장이 HBM·RDIMM(고용량 서버 모듈) 등 고부가 스페셜티 D램 중심으로 신규 증설이 예상돼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기대된다"며 "특히 HBM 시장은 기술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이익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 가능성이 높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중심의 독과점 공급구조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