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3분기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크게 늘린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향후 MBS가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해 금리 인상 등 자금조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함께 드리운다.
◆전체 ABS 발행금액 중 70%…은행채·한전채 증가 '비상'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ABS 발행금액은 1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5조7000억원 증가했다. 3분기 전체 ABS 발행 금액 중 HF의 기초 MBS 발행금액은 12조3000억원으로 전체의 약 70%에 달한다.
MBS 발행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상반기 특례보금자리론의 유효신청액이 40조원을 넘어서는 등 큰 인기를 끌어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이 없는 서민을 돕기 위해 올해 초 만들어진 연4%대 금리의 서민금융상품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의 대출금리가 민간 금리보다 높아 하반기 특례보금자리론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은행 대출금리 상단이 7%대를 찍는 등 상승세로 돌아서자 3분기 MBS 발행량도 크게 늘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MBS 발행이 증가하자 3분기 전체 ABS 발행 규모가 크게 늘었다. ⓒ 연합뉴스
MBS 규모가 확대되자 은행·여전사·증권사·일반기업의 자금조달 여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 내 유동자산이 MBS에 투입될수록,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은행채·여전채의 채권 금리도 인상될 수밖에 없어서다. 자금조달 금리 상승으로 인해 시장 전체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항상 우려하는 것은 특례보금자리론 규모가 늘어나면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야 한다는 점이다"라면서 "채권시장에서 MBS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금리인상으로도 연결된다"고 우려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한도 유연화에 나서면서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우량채인 은행채가 시장에 대폭 풀리면서,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은 여전채·화사채의 금리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은행채 순발행 금액은 4조6800억원으로 전달 대비 23.8% 증가했다. 연간 최대 규모다.
또다른 우량채인 한전채 역시 발행량이 늘고 있다. 지난 7월말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78조9000억원으로 지난 3월 대비 10조9000억원 이상 늘었다. 한전의 영업적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에는 한전채 발행한도가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량채 발행 물량이 많아지면 발행금리 상승 가능성이 생긴다"며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여전채 및 회사채 발행금리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추가 상승은 대출채권 부실화 등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개연성이 있다"며 "은행이 MBS 물량을 매입해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자금 조달 시장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규모 줄어든 금융사·기업 ABS…"조달비용 절감 당국 고민 필요"
MBS 발행 증가로 전체적인 ABS 발행 규모는 커졌지만, 같은 기간 금융사와 일반기업의 ABS발행 금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3분기 금융사와 일반기업의 ABS 발행 금액은 각각 금융회사 3조9000억원, 일반기업1조50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조1000억원, 5000억원 줄었다.
이중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은행은 부실채권(NPL)을 기초로 전년 동기 대비 7000억원 증가한 1조원의 ABS를 발행했다. 같은 기간 카드·캐피탈사 등 여전사는 할부금융채권 등을 기초로 1조6000억원을 발행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2.7% 감소한 수치다.
증권사는 회사채 기초 P-CBO 등 1조2000억원을 발행했다. 지난해에 비해 1000억원 감소했다. 일반기업은 단말기할부대금채권, 부동산 PF 등을 기초로 전년 동기대비 5000억원 줄어든 1조5000억원의 ABS를 발행했다.
업계는 여전사와 일반기업이 일반 채권 발행보다는 ABS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자산은 이용한 ABS 발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ABS 발행 비중을 늘리려면 여러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며 "ABS 발행 시 자산 보유자가 발행액의 5%를 의무 보유하는 제도가 2021년부터 시행 중인데, 신용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여전사에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렌탈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이용한 ABS 발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조달비용 절감을 위한 금융당국의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