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삼성전자(005930)에 갑질한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에 철퇴를 가했다.
공정위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부품 공급에 관한 장기 계약(LTA) 체결을 강제한 브로드컴에 대해 시정 명령과 과징금 191억원을 부과한다고 21일 밝혔다. 브로드컴은 무선통신 부품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진 사업자다.
지난 2020년 5월 삼성전자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3년간 브로드컴의 스마트기기 부품을 매년 미화 7억6000만달러의 부품을 구매하겠다고 약속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구매 금액이 7억6000만달러에 미달하는 경우 그 차액만큼을 브로드컴에게 배상해야 했다.
공정위는 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브로드컴이 구매 주문 승인 중단, 제품 선적 및 생산 중단 등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해 삼성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브로드컴은 무선주파수 프론트엔드(RFFE) 등의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세계 1위 사업자였다. 삼성전자는 막 출시한 '갤럭시 S20' 등의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브로드컴의 일방적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계약 조건상 구매 액수를 맞추기 위해 필요 이상의 부품을 구매해야 했다.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더 저렴한 경쟁사 부품을 사용하지 못해 최소 1억6000만달러(약 2137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했다고 지적했다.
브로드컴은 심의 과정에서 해당 계약이 자발적으로 체결된 상호 호혜적 계약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2021년 8월까지 삼성전자가 LTA 이행을 위해 구매한 부품 금액 8억달러 전액을 관련 매출액으로 보고 부과율 상한인 2%를 적용해 과징금을 산정했다.
다만 브로드컴과 삼성전자 간 LTA가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2021년 2월 이후인 같은해 8월 조기 종료되면서 과징금 규모는 191억원으로 잠정 부과됐다.
당초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행위에 대해 제재 대신 자진 시정토록 하는 동의 의결을 하려고 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기각됐다.
이번 사건은 향후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추후 브로드컴은 공정위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브로드컴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측은 브로드컴이 강요한 장기계약으로 3억2630만달러(약 4337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기술 혁신의 핵심 기반 산업이자 연관 시장 파급효과가 큰 반도체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경쟁 여건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