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광주 남구 정율성 흉상 앞에서 자유통일당 관계자들과 극우 보수단체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기념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프라임경제
황일봉 전 남구청장이 회장으로 있는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지난 28일자 중앙 일간지에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실었다.
이들 단체들은 광고를 통해 "정율성은 대한민국을 피로 물들인 북한 인민군과 중국 인민해방군의 발걸음을 힘차게 북돋아준 북조선 로동당 당원이었다"며 "4·19 5개 공법단체와 5·18 2개 공법단체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을 결사 반대하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황 회장은 과거 광주 남구청장 재임 시절(2002년~2009년) 정율성 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2004년 6월 남구는 '정율성의 음악과 독립운동 그리고 한·중 현대사'라는 제목의 학술대회를 열었다. 같은 해 8월 제1회 광주정율성국제음악회 조직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사업에 착수한 남구는 2006년 11월 제1회 정율성 국제음악회를 개최했다.
당시 황일봉 청장은 "정율성 국제 음악제 개최를 시작으로 생가 복원 등 기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며 "'정율성'이라는 키워드로 광주가 명실상부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남구는 "1914년 8월13일 광주에서 태어난 정율성 선생은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운동을 펼쳤으며 가곡, 가극, 영화음악 분야에서 360여곡에 달하는 작품을 남겨 중국 혁명음악의 대부로 칭송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9년 1월에는 광주 남구 양림동 휴먼시아 아파트 입구에 정율성로를 지정했고, 2009년 7월15일 오전 이 자리에서 '정율성 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남광주 청년회의소(JC)가 주최하고 남구청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황일봉 남구청장,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해주구 청년연합회 관계자, 옌펑란주 광주 중국총영사,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황일봉 회장은 입장 번복에 대해 "당시에는 한·중 우호 관계 설정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했고 정율성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는 29일 기자와 통화에서 "(당시와)입장이 다르다고요. 재임시 몇 년인데 벌써 20년이 지났는데, 구청장 신분하고 지금 5.18 입장하고 똑 같습니까"라고 불편해 했다.
이어 "(정율성 과거는) 우리가 잘 모르죠. 학술 행사만 했고, 그때 상황은 중국과의 우호 교류를 적극 고자 할 때고"라고 말했다. 또 "광주 5.18이 그것도 침묵하고 있으면 우리는 그 동조 한 것밖에 안 되잖아요"라고 덧붙였다.
특히 강기정 광주시장을 향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며 각을 잡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황 회장은 "그러니까 시장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돼요. 그 예산을 자기 마음대로, 계속된 과거부터 해왔다고 그래서 무조건 하는 게 아니고, 과거에 해 왔어도 잘못된 거 있으면 시정하고 가야 될 거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강기정 시장이 "정율성 공원은 6년 전 계획돼 예산 집행이 끝난 상태다. 냉전은 이미 30년 전에 끝났는데 철 지난 이념 공세가 광주를 향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비쳐진다.
하지만 황일봉 회장의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정율성을 '항일구국운동이 한창이던 1936년 남경에서 오월문예사에 가담해 활동하는 한편, 상해에서 김성숙 · 박건웅 등이 건립한 조선민족해방동맹에도 가담했고, 1939년 1월 중국공산당에 입당했다'고 적혀 있다.
또, '1950년 9월 중국으로 갔다가 같은 해 12월, 중국인민지원군의 한 사람으로 귀국해 전선 위문활동을 전개했다'고 적시돼 있다.
구청장을 8년씩이나 하면서 그 기간 동안 정율성 기념사업을 본격 추진했던 인물이 '당시에는 몰랐다'고 해명한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강기정 시장도 29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그 반대한 신문 광고도 낸 분 중에 한 분이 황일봉 5.18 부상자회 회장인데요. 이분은 2002년부터 8년 동안 남구청장으로 재임 중에 가장 앞장서서 정율성 기념관을 짓고 기념사업을 하자고 그랬던 주장을 했던 분입니다. 그분이 갑자기 지금 반대를 해요. 이해할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강 시장은 또 "아는 사람은 다 알아요. 그걸 왜 반대하는지. 그리고 보훈단체들, 보훈처에서 시키면 안 할 수가 없죠. 이분들 어제 시청 앞에 광장에 와서 광주 보훈단체들 기자회견 하고 그랬어요. 그분들 도대체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어요"라고 덧붙였다.
한편, 5.18민중항쟁기동타격대동지회, 4·19문화원, 5·18민족통일학교 광주전남지부, 광주경실련, 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전남대학교민주동우회, 조선대학교 민주동우회, 참여자치21, 호남대학교민주동우회 등 92개 광주시민사회단체는 29일 성명을 내고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에 대한 윤석열 정부 국가보훈부의 색깔론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보수언론과 극우 매체, 그리고 국민의힘까지 합세하여 입에 담을 수 없는망발을 내뱉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음악가 정율성의 기념사업은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기에 시작하여 오랜 세월에 거쳐서 한중 우호를 위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했던 사업으로, 심지어 보수정권에서도 여·야 이견 없이 진행됐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도 추진되어 왔다"고 말했다.
특히 "특전사동지회와의 대국민공동선언으로 역사와 정의를 부정했던 두 공법단체 공로자회·부상자회는 보훈부의 사주 의혹을 받으면서까지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반대 광고를 내면서 오월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등 보훈부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지어 일부 보훈단체는 역사적 맥락은 도외시한 채, 여기가 평양이냐 광주냐 공산당 나팔수 정율성 사업 철회 등 자극적인 언사로 선동을 하는 등 광주공동체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신했던 오월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두 공법단체와 일부 보훈단체는 부화뇌동하지 말고 자숙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은 문화적 접근을 통해 도시의 역사를 기억하고 경계와 차이를 넘어 광주공동체의 소중한 자산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접근해야 하며, 시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반드시 계획대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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