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펫보험 활성화가 요원하다. 국내 반려동물 규모가 800만 마리에 육박했음에도 여전히 가입률은 1%에 머무른다. 정부가 앞장서 펫보험 시장 키우기에 나섰지만, 성장세는 더디기만 하다. 여기에 의료수가 표준화 논의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18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펫보험 가입 건수는 7만1896건이다. 가입률로 따지면 1%다. 스웨덴(40.0%), 영국(25.0%), 노르웨이(14.0%)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최근 반려동물 양육비용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월 발표한 반려동물 1마리당 월평균 양육비용은 약 15만3800원이다. 전년 대비 3만원 가량 늘었다. 이중 병원비로 사용하는 금액은 6만900원이다. 약 40%에 달하는 금액을 매달 병원비로 지출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펫보험 가입률은 미진하다. 업계는 표준화되지 않은 반려동물 진료비가 펫보험 활성화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한다. 같은 질병일지라도 동물병원마다 질병코드가 달라 보험료 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병원마다 진료비도 천차만별이라 "부르는 게 값"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한 동물병원에서 고양이가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물병원 초기 진찰비 차이는 16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인천 지역 내 초기 진료비는 최저 3300원에서 최대 5만5000원까지 차이가 났다.
현행 수의사법상 수의사가 보호자에게 진료 기록부를 발급할 의무는 없다. 보호자가 진료기록부를 요청한다 해도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보험사는 구체적인 진료비 확인이 어려워 합리적인 보험금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들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펫보험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가입을 망설이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펫보험 가입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반려동물 발달 단계와 특성 등을 반영한 새로운 펫보험을 개발할 계획이다. 동물병원이나 펫숍 등에서도 펫보험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청구 방식도 전산화 등 간소화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조치에서 보험업계 시선은 회의적이다. 보험업계는 수의사법 개정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진료비 표준화를 통해 보험사들의 손해율 관리가 쉬워진다면 보장 한도도 확대할 수 있고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의사법 개정을 통해 동물병원의 진료부 발급이 의무화되면 진료비에 관한 소비자의 신뢰가 높아지고 보험금 지급 심사 시 진료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합리적인 손해사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동물병원이 전자차트 작성 시 표준화된 질병코드와 진료항목을 사용해 일관된 정보가 소비자와 보험사에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의업계는 △동물 자가진료 △수의사처방제 약사예외조항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발한다. 진료부를 공개하면 자칫 수의료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동물약품 구매에 대한 규제가 없어 자세한 정보 진료가 공개된다면, 수의사 처방 없이도 자가진료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구체적 방안 없이 표준 수가제를 도입한다면 수의업계는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에 대한 명확한 정부의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어 표준 수가제 도입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