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생명보험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상반기 실적 발표 후 생명보험사 'BIG3'(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중 2·3위 순위도 뒤바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올해 상반기 703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은 6716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한화생명에 2위 자리를 내줬다.
한화생명(088350)의 연결기준 자산규모는 143조489억원이다. 이중 자본은 16조원 수준이다. 교보생명은 121조4191억원으로 집계됐다. 자본은 약 12조원이다. 자산과 자본 규모 모두 한화생명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간 한화생명이 자산규모에 있어 교보생명을 꾸준히 앞서왔던 만큼 향후 업계 순위 변동이 고착화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미래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에서도 한화생명이 교보생명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CSM은 보험사가 상품계약을 통해 얻게 될 미래 이익을 말하는데, 보험 계약 시점에는 부채로 인식한다. 향후 계약이 유지되는 동안 상각해 이익으로 편입한다.

(왼쪽부터) 한화생명, 교보생명 본사. ⓒ 각사
상반기 집계된 한화생명 CSM 규모는 10조1167억원이다. 같은 기간 교보생명은 5조2840억원이다. 업계는 양사의 이같은 CSM 규모에 대해 상품 구성에 따른 차이라고 분석한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보장성보험에 비해 CSM 규모가 작다고 판단해서다.
교보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수입보험료 중 저축성보험 비중은 37.2%다. 타 생보사들은 IFSR17 도입에 앞서 5·7·11년 단위로 짧게 가입하는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꾸준히 늘려온 것과는 다른 행보다.
한화생명의 단기납 종신보험 비중은 67%로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CSM 산정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 위주의 상품을 확대하면서 이같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달 금감원이 불완전 판매가 우려된다며 단기납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처럼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생보업계에 또 다른 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만기 환급률을 100% 아래로 설정하고, 보험료를 모두 납입하면 추가로 제공하는 보너스를 없애는 상품구조 변경 계획을 공지했다. 보장성 보험 위주로 영업하던 생보사들의 타격이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일부 생보사는 점유율 확보를 위해 800%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시장 경쟁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불완전 판매 우려도 점차 커져 소비자 피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보장성 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한화생명의 경우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번 실적은) 고능률 보험설계사(FP) 중심의 유지관리 및 시스템 강화 등을 통한 영업효율성을 토대로 한 성과다"라며 "금감원의 조치로 인해 어느 정도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도 시니어 시장을 타깃으로 한 보장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며 "주력 건강보험 시장 확대를 위해 시그니처 암보험 등 스테디 상품의 경쟁력 강화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교보생명은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의 인센티브 지급률 차이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인센티브로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 수익성 제고 측면에서 매력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생보사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만큼 보험사 간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험부채 판정 기준을 자율적으로 맡기면서 보험사별 계리적 가정에 차이가 발생했다"며 "이에 따라 생보사 순위변동 역시 혼선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발표되는 생보사들의 실적에 신뢰성이 쌓일 때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2분기 실적이 가지는 의미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오는 3분기 실적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