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MZ세대를 공략해 온 디지털손해보험사가 좀처럼 흑자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액·단기 미니보험 중심의 영업 구조가 주된 이유다.
디지털손보사의 주력 상품 보험료 대부분이 1만원 미만인 데다, 가입 기간도 3년 미만으로 짧아 추가 상품구조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IFRS17 도입·높은 수익성에 메리트↑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손보사들이 장기보험 상품 판매를 늘리고 있다. 장기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3년 이상인 상품으로 암보험·어린이보험·운전자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올해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기업 재무 개선 측면에서 장기보험 상품의 메리트가 더욱 커지고 있다. IFRS17 특성상 상품 포트폴리오를 장기보험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디지털손보사의 장기상품 개발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손보 관계자는 "장기보험을 많이 취급하는 보험사들은 변경된 회계기준으로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높게 환산하고 있다"며 "이와 달리 디지털손보사는 대부분 단기상품으로 구성돼 실적 산정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 장기보험 상품 개발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디지털손해보험사들이 상품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 프라임경제
하나손보는 장기보험 상품 다각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무배당 하나 Up-Grade 건강보험'의 담보를 기존 암·건강 위주에서 △운전자 △상해 △배상책임 등으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장기보험 판매 채널 확대를 위해 지난달 자회사 법인보험대리점(GA) 하나금융파인드 주식 140만주를 70억원에 매입했다.
실제로 하나손보는 IFRS17 수혜를 받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하나손보의 보유 CSM은 1332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69억원 늘었다. 특히 장기보험 수익성 지표인 3년 초과 기대상각 CSM은 101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14억 늘어났다. 장기보험상품을 확대하면서 미래가치 확보에 성공한 것이다.
신한EZ손보는 올해 초 첫 장기상품인 '운전자보험 신한이지(무배당)'를 출시했다. 신한EZ손보 전신 BNP파리바카디프손보의 기존 운전자보험을 새롭게 다듬은 상품이다. 장기인보험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내년 출시를 목표로 건강·질병보험 상품 개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주자 카카오페이손보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카카오페이손보는 현재 장기보험 계리·결산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백엔드 개발자를 모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운영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 대상으로 IFRS17에 대한 경험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교보생명으로부터 지분투자 유치에 나서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캐롯손보는 아직 장기보험을 출시하지 않았지만 방향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이에 장기보험 상품과 유사한 구조의 단기상품을 내놓고 있다. '캐롯 직장인 생활건강보험'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3월 정신질환 치료비를 보장하는 '마음케어모듈' 특약을 추가했다.
◆방향 튼 디지털손보사…회사 규모·판매방식은 숙제
다만 디지털손보사의 장기보험 상품 확대 전략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는 보장성보험 등 장기보험 시장에서 기존 보험사들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보험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미약해 덩치를 키우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디지털손보사들의 임직원 및 등록설계사(전속+교차모집) 수는 △하나손보 임직원 767명, 등록설계사 198명 △신한EZ손보 임직원 104명, 등록설계사 422명 △캐롯손보 임직원 333명, 등록설계사 0명 △카카오페이손보 임직원 133명, 등록설계사 0명이다.

삼성화재 임직원 및 등록설계사 수는 총 4만2940명에 달한다. ⓒ 삼성화재
업계 1위 삼성화재(000810)의 임직원수가 5569명에 등록설계사는 3만7371명인데, 디지털손보사 업계 전체의 임직원수 및 등록설계사 수치가 삼성화재 기업 하나의 직원수 대비 크게 모자란 상황이다.
경쟁력있는 장기보험 상품출시를 위해 상품개발인력 및 상품심사 언더라이터 등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사업 특성상 사이버마케팅(CM)채널로만 수입보험료의 90%를 채워야 하는 점도 변수다.
통상 장기보험은 약관내용 및 가입절차가 복잡해 대면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CM채널로 운영하면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어 장기보험 가입 시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보험 가입은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더라도 불완전판매 소지로 인해 소송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이는 보험사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온라인으로 장기보험을 판매할 경우 충분한 상품 설명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고객과 원활한 소통 및 충분한 자료 제공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