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 정부가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300억원 넘는 돈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 조치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무부는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ISDS 판정에 대해 해석·정정을 신청하고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엘리엇 '일부 승소' 취지의 판정을 내린 지 28일 만이다.
앞서 엘리엇은 삼성물산(028260)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할 때 우리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 2015년 5월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었다. 합병 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이 삼성물산 주주(국민연금 등)에게 불리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엘리엇은 합병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했고 그해 6월 국민연금 등에 합병 반대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2015년 7월10일 투자위원회를 열고 합병 찬성 입장을 정했다.
이에 엘리엇은 2018년 7월 우리 정부에 7억7000만달러 배상을 요구하는 ISDS를 제기했다. ISDS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법령이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PCA의 엘리엇 사건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20일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게 5358만6931달러(약 690억원·달러당 1288원 기준)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엘리엇이 청구한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 중 약 7%를 인용한 것이다.
또한 중재판정부는 엘리엇이 정부에게 법률비용 345만7479달러(44억5000만원)을 지급하고, 정부는 엘리엇에 2890만3188달러(372억5000만원)을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아울러 2015년 7월16일부터 판정일까지 5% 연복리 이자를 지급할 것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실제 지급해야 할 돈은 1300억원 상당이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관할 인정 요건을 잘못 해석했다고 판단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미 FTA 규정상 ISDS 사건의 관할이 인정되려면 △정부가 채택·유지한 조치일 것 △투자자의 투자와 관련성이 있을 것 △조치의 책임이 국가에 귀속될 것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한미 FTA가 예정하지 않은 '사실상 국가기관'이라는 개념에 근거해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건 부당하다"며 "한미 FTA 상대국인 미국도 중재판정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비정부기관의 조치'는 '위임받은 정부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를 바로 잡지 않을 경우 향후 우리 공공기관과 공적 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ISDS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진행 중인 ISDS 사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재판정부가 국정농단 사건의 형사 판결을 상당 부분 인용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심판을 받은 형사판결과는 법리상 궤를 달리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가 손해액을 산정하면서 삼성물산이 합병 후 엘리엇 측에 지급한 합의금을 '세전금액'으로 공제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세후 금액'을 공제했다는 부분이 오류가 있다며 정정 신청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