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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에어컨 꺼진 우리사랑채"…임종룡 회장 고객 친화 약속 '무색'

당국 칭찬 받았던 시니어플러스 영업점…무늬만 '상생'

이유진 기자 | lyj@newsprime.co.kr | 2023.07.10 09:38:46
[프라임경제] "업계 노력 차원에서 우리은행의 고령층 특화점포 개설은 디지털 소외계층인 고령층에게 특히 반가운 일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을 지속해줄 것을 당부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 3월말 우리은행의 영등포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개설식에서 남겼던 말이다. 은행권이 급격한 점포폐쇄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다. 

매년 줄어들던 은행 영업점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4대(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은 올해에만 6월까지 84개의 영업점을 폐쇄했다. 영업점 폐쇄 이유는 은행의 비용절감이다.  

우리은행 영등포시니어플러스영업점 전경. =이유진 기자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은행은 고령층을 타깃으로 한 '시니어플러스 영업점'을 개설해 금융당국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동소문로 시니어플러스점 개점 이후 영등포 시니어플러스 영업점(이하 영등포 영업점)이 두 번째로 신설됐다. 

영동포 영업점 개점 당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고객 친화적인 특화 채널을 지속해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고령층 특화점포인 영등포 영업점이 문을 연 지 3개월이 흘렀다. 

영등포 영업점은 △영등포시장역 △영등포역 △신길역 3개역 사이에 위치한 영등포전통시장 남문 앞에 자리잡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웃돌던 지난 6일 영업점에 방문했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 인근 노인분들이 은행에서 잠시 더위를 피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에 이번 영업점 또한 그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방문한 영등포 영업점은 텅 빈 모습이었다. 

영등포 영업점 내부. 화면에 표시된 대기인원수는 0명이다. =이유진 기자


화면에 표시된 대기인원수는 0명. 영업점이 시장 바로 앞에 있음에도 은행을 찾는 이들이 적었다. 영업점 시설 자체는 고령층 특화점포만의 특색을 잘 살려낸 듯했다. 입구에는 큰 글씨를 적용한 '시니어 전용 ATM'이 배치돼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한옥을 연상시켰다. 

둘러보던 내내 방문한 고객이 적어, 창구 직원에게 평소 상황을 물어봤다. 영업점 직원은 "영등포 쪽에 거주하시는 이들 중 노년층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혼자 (비대면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업무들이 있을 때, 날씨에 구애받지 않으시고 다들 방문하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내부를 둘러보던 중 영업점 안쪽의 별도 장소가 눈에 띄었다. 우리은행이 영등포 영업점 개설 당시 일반 점포와 큰 차이점이라고 소개한 '우리사랑채'다. 

개설식 당시 임종룡 우리은행 회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 곳에서 고객 대표들과 담소를 나눴을 만큼 의미 있는 장소다.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지 않은 우리사랑채 내부. =이유진 기자


하지만 현재는 안에 전등만 켜져 있을 뿐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 에어컨이 꺼진 채 운영되고 있었다.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에만 에어컨이 작동되고 있었는데 고객 배려가 아쉬워 보였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본점 관계자는 "이용객이 없는데, 무조건 에어컨을 가동하라는 매뉴얼은 없다.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지점 상황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다 보니 굳이 켜놓을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우리사랑채는 주변 어르신들이 언제든 모임장소로 활용할 수 있게 마련된 장소다. 하지만 어떤 어르신들이 무더운 여름철 냉방기기조차 작동되지 않는 곳에 방문해 켜달라고 요청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령층 특화점포임에도 고객이 찾지 않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시니어 점포를 개설한 다른 은행 사정은 어떨까. 신한은행은 우리은행보다 11개월 앞서 금융권 최초로 시니어 특화점포인 '디지털 맞춤 영업점'을 신림동에 열었다. 두 은행의 시니어 특화점포는 위치적 특징도 비슷하다. 앞에 시장이 자리하고 있으며, 고령층 인구도 많다. 

하지만 두 은행 영업점 상황은 달랐다. 신한은행 신림동 영업점은 ATM부터 창구까지 고객들로 북적거렸다. 대기 장소에는 많은 고령층들이 앉아 쉬고 있었다. 에어컨은 당연히 직원과 고객 모두를 향해 항시 가동중이었다. 

신한은행은 고령층 특화점포인 신림동 지점에서 쌓은 노하우를 적용해 △신내동 △하계동 △오류동 △난곡 △역촌동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 반면 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 3호점 개설은 지역 등 계획조차 미비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현재 운영 중인 1·2호점 운영 경과를 살피고 필요가 발생하면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신림동 지점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던 고령층 A(73)씨에게 에어컨이 꺼져 있어도 방문할지 물었다. 이에 그는 "이 더위에 에어컨을 꺼둔 은행도 있는지"라고 오히려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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