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생명보험 계약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약관대출(보험계약대출)이 올해 50조원을 돌파했다. 보험사들의 상생금융 실천에 따라 대출액이 늘어난 것이라는 견해와 아울러 가계 소비 여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생보사 약관대출액은 51조4807억원이다. 전년 동기(1~4월) 약관대출 잔액은 47조3259억원이다. 무려 4조1548억원 증가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3조2593억원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불황형 대출로 알려진 생명보험사의 보험약관대출이 올해 50조원을 돌파했다. ⓒ 연합뉴스
약관대출은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전화나 모바일, 인터넷 등을 통해 24시간 신청이 가능해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별도 대출심사가 없고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된다는 장점이 있다. 소득기준 대출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적용 대상에서도 벗어난다.
이같은 약관대출 증가세를 두고 가계 체력이 다한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해지환급금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약관대출의 대부분이 소액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소비 여력이 낮아졌다는 방증인데, 저금리와 정책지원금으로 잠재됐던 부실이 취약차주들의 대출 증가로 나타난다는 해석이 나온다.
약관대출이 증가함에 따라 보험계약 해지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전체 생명보험사의 효력상실·해약계약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조원 증가했다. 보험료를 제때 내지 못해 보험을 깨는 가입자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대출 이자를 장기간 미납해 해지환급금을 넘어가는 경우 보험 계약은 해지된다.
생보사들의 금리 인하가 약관대출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을 상대로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금리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동양생명이 보험약관대출 최고금리를 5.95%로 인하했다. ⓒ 동양생명
실제로 생보사들은 속속 금리 인하에 나서는 중이다. NH농협생명은 약관대출 최고금리를 기존 9.5%에서 6.5%로 3%p 인하했다. 이어 동양생명도 지난 1일 대출 최고금리를 9.9%에서 5.95%까지 3.95%p 낮춘다. 다른 보험사들도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약관대출 규모가 늘어나면서 서민들의 돈줄이 마른 것이라는 위험 신호가 나온다"며 "최근 생보사들이 약관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어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금리 추세에 저신용·저소득 취약계층에게는 별도 상환 부담도 없어 충분히 매력적인 상품으로 다가올 것"이라면서 "다만 약관대출이 증가하면 곧 보험계약 해지로도 이어질 수 있어 보험사들이 약관대출 한도 설정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