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일대.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역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모럴 해저드 논란이 제기되며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 대책으로 'DSR 규제 완화'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발언 후속 조치인 셈.
당시 추 부총리는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DSR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일반대출에 대한 DSR 규제를 완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DSR 규제 완화에 힘을 보탰다. 그는 "전적으로 보증금 반환이 목적일 때만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DSR을 풀더라도 (전세금) 차액 정도에 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DSR 규제 완화' 배경은 최근 부동산 시장 '역전세난'이다. 전세 시세가 기존 보증금보다 낮아지면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에 따르면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4월 기준)은 52.4%다. 이는 지난해 1월(25.9%)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올해(4월 기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에게 대신 지급한 금액도 1조830억원에 달했다.
나아가 지속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역전세난 심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이에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고자 관련 당국은 규제 완화에 따른 안전장치까지 마련해 늦어도 7월 내 시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해당 방안과 관련해 '상환 능력에 맞는 대출 관행 정착'이라는 당초 DSR 규제 취지와는 달리 '모럴 해저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태윤 교수(연세대 경제학부)는 "DSR은 소득 흐름에 대비해 원리금 상환을 규정하는 부분"이라며 "실질적 상환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대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라고 우려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현 차주별 DSR 규제 시행 이전, 무리하게 집을 매입한 '무자본 갭투자' 면죄부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2021년 7월 이전 DSR 규제는 단순 금융기관이 평균치를 맞추는 보조적 수단에 불과했다. 다만 2020년 기점으로 '제로(0) 금리' 시대와 부동산 가격 폭등이 맞물려 가계대출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자 정부 당국은 가계 부채 관리 차원에서 DSR 규제 적용 대상을 개인 차주로 변경했다.
한은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가계대출(1744조7000억원)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주식 투자 열풍과 함께 주택 매매·전세 수요 증가는 가계 대출 증가를 견인하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차주별 DSR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출 대부분이 주택 관련 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다수 주택 구매자들이 규제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고, 차주별 DSR 시행 전 무리하게 대출받은 여파가 '무자본 갭투자', 즉 전세사기로 이어진 것"이라며 "더군다나 보통 전세 기간이 2년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던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 중간 결과에 따르면 전세사기로 검거된 2895명 중 514명(17.7%)은 '무자본 갭투자' 범죄 유형으로 분류됐다. 즉 현재 세입자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는 대책 없는 갭투자로 무리하게 집을 매입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DSR 규제 완화시 대출금을 보증금 상환에 충당하기보단 추가 갭투자에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오히려 갭투자가 더욱 성행할 수도 있다"라고 비난했다.
금융업계에서는 갭투자 악용 방지 차원에서 대출시 전세사기 임대인과 일반인을 구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세사기 피해 사실 확인서나 경·공매 낙찰 증빙서류 등 제출 서류를 토대로 적용 대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세사기 입증이 쉽지 않을뿐더러 임대차 계약 완료 또는 경매로 인한 경우에만 피해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구분이 가능할 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
이처럼 전세사기와 역전세난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부 측 실질적 대안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과연 정부가 '최후 보루'로 꺼내든 DSR 완화가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역전세난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