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소중한 생명들이 건설현장에서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그나마 최근 원청업체 대표에 대한 '관련 1호 판결' 선고 이후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중대재해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와 달리 유독 사업 현장이 많은 '공룡 발주처'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점차 안일한 마인드로 중대재해를 바라보고 있어 관련 기관 측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을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원이 '원청업체' 건설사 대표에게 선고한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이라는 양형을 선고하면서다.
특히 경영계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하청업체가 아닌 원청업체 대표에게 내려진 양형이 과하다'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반면 노동계의 경우 '솜방망이 처벌'을 언급하며 중대재해 감축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인해 회사 CEO 실형 가능성이 제기, 원청업체들이 대비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갈리지 않고 있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 선고 이후 건설사 중심으로 현장 사고 예방에 또 다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는 달리 LH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공사 주요 적용 대상…김현준 전 사장, 전담조직 신설 등 대처 박차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또는 공중이용시설 등을 운영 중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사망자 또는 부상자 발생 등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50인 이상 사업장을 우선 적용하고 있으며 처벌 대상에는 중앙행정기관·지자체·지방공기업·공공기관 장도 포함된다. 사망 사고 발생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부상 사고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해당 법률에 있어 핵심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종사자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는 게 골자다.
중대재해처벌법 특성상 집행 현황 내 건설업 비중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현재(4월12일 기준)까지 기소된 총 14건 가운데 8건이 건설 현장에서 일어났다. 사실상 '시공사' 즉 건설업계가 주된 적용 대상인 셈.
물론 법률적 해석상 공공이 주도하는 산업현장에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부담은 각 부처 장관과 공공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 등도 적용 대상이다.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도 "중대재해법상 국토부 장관이 책임져야 하는 현장이 8000곳에 이른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직접 시공 현장 없이 발주가 전부인 LH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사고 위험이 높은 건설 공사와 긴밀한 관계로,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공공기관이다. 실제 공공기관 알리오에 따르면 LH 발주 현장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수는 △2018년 9명 △2019년 4명 △2020년 10명 △2021년 6명이다.
나아가 지자체에 최종 이관 이전인 신도시 도로·교량·터널 등 시설물 공사는 LH가 실질적으로 현장 지배력을 행사한다. 또 임대아파트와 매입임대주택 유지 보수 중 사고 발생시 LH 기관장이 처벌 대상이다.
이 때문에 김현준 LH 전 사장 역시 당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동시에 안전 관련 예산을 확대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인 바 있다. 또 지역본부별 안전조직 관리체계도 새롭게 정비하기도 했다.
◆LH "중대재해 책임은 시공사"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 중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오히려 '시공사 위주'로 처벌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LH가 점차 긴장의 끈을 놓기 시작, 최근에는 다소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한준 LH 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도 더욱 촘촘히 해야 한다"라며 "충분한 사업 기간과 사업비 확보 등 안전사고 발생 원인을 제거하는 근본적 대책을 세우겠다"라고 언급한 만큼 현재 LH 행보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 모든 참여 주체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LH에 따르면 발주한 사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건수는 2022년도 기준 총 3건으로, 이중 2022년 사망 사고는 2건이다. 이외 1건은 2020년도 사고 발생 이후 지난해 산업재해로 법적 승인이 난 사안이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눈에 띄는 감소세 때문일까. LH는 중대재해 사고와 관련해 점차 시공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H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재해 책임은 시공사에게 있으며, 발주처와는 무관하다"라며 "작업장소가 건설 현장의 경우 장소에 대한 실질적 운영 관리 책임은 시공을 주도해 총괄하는 시공사에 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물론 실질적으로 현장을 지배·운영·관리하는 건 발주처로부터 수주를 따낸 시공사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각종 안전관리 강화에도 불구, 현장 사고는 워낙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만큼 줄일 수는 있어도 100% 사전 차단하기는 불가능하다. 즉 이럴 경우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을 통해 '건설현장 사고를 줄이자'라는 중대재해처벌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책임도 중요하지만 국내 가장 많은 현장을 가진 '공룡' LH를 포함한 발주처들이 중대재해 사고에 대해 점차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결국 모든 책임을 시공사에게 떠넘긴다는 지적 역시 피하지 못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건설안전특별법(이하 건안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건안법은 시공사 중심 중대재해처벌법과는 달리, 발주처를 포함해 △시공사 △설계사 △감리자 등 건설 모든 참여 주체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2020년 발의 이후 이해 관계자들의 이견 대립으로 여전히 계류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H 태도와 같이 중대재해처벌법은 시공사 외에는 사고 책임에서 비교적 안전할 수 있는 만큼 허술한 사업 처리가 이뤄질 수 있다"라며 "건안법도 시급하지만, 그보다 앞서 사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닌 공공기관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적극 대처해야 한다"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고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사고 책임이 시공사에게만 집중되면서 이에 따른 개선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 과연 향후에는 사업 주체들의 무조건적인 '책임 전가'가 아닌 '책임감'을 갖고 건전하고 투명한 사업 현장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