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수주 행보를 걷고 있다. KDB산업은행 채권단 관리를 벗어난 지 불과 1년 만이다. 대규모 조직개편 단행 이후 침체됐던 분위기를 쇄신하면서 재도약 날개를 펼쳤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2조9000억원 규모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중앙아시아 시장에서도 대규모 계약을 따냈다. 대형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 사업을 속속 수주하면서 경영성과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카자흐 대규모 화력발전소 건설…우즈벡도 첫 수주
두산에너빌리티가 올해 수주한 금액은 4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액의 35% 이상을 1분기 만에 달성한 것이다. 특히 중앙아시아 시장 수주 물꼬를 트면서 시장 기대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곳은 카자흐스탄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카자흐스탄 현지 건설사인 바지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1500억원 규모의 사업에 참여한다. 구체적으로 카자흐스탄 남부 공업지역인 심켄트 지역에 1000㎿ 규모의 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전 공정을 일괄 수행하는 EPC 방식으로 진행한다. 2026년 8월 준공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2020년 카자흐스탄에 준공한 카라바탄 복합화력발전소 전경. ⓒ두산에너빌리티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첫 수주 쾌거를 이뤘다. 시르다리야 2단계 천연가스발전소 시공사인 중국 하얼빈일렉트릭(HEI)으로부터 기자재 공급 계약 착수지시서(NTP)을 접수했다. 계약금액은 600억원으로 500㎿급 스팀터빈과 발전기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중앙아시아 시장은 천연가스, 석유, 석탄 등 자원이 풍부해 플랜트 건설 수요가 꾸준하다. 위치적으로도 △유럽 △아시아 △중동의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많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현지 시장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들에게 △세금감면 △보조금 지급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에 외국인 투자 비중도 지속적으로 늘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에 더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2020년 카자흐스탄 카라바탄 복합화력을 성공적으로 준공해 발주처의 신뢰를 얻게 된 것이 이번 프로젝트 계약의 토대가 됐다"며 "카자흐스탄 발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수주에 우려 섞인 시각…부패지수 이슈 부각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역내 상황 불안정성과 더불어 카자흐스탄 사업의 경우 두산에너빌리티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해서다. 업계는 중앙아시아 사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민간 기업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특히 카자흐스탄 계약 사업이 민관협력방식(PPP)으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제반사항들이 많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카자흐스탄 PPP 프로젝트의 부패 위험으로 인해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도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
실제로 2019년 알마티와 호르고스 간 유료도로 사업이 비리와 자금 유용 의혹으로 중단됐다. 또 2020년 카자흐스탄 산업기반시설개발부는 민간 파트너의 협정 조건 위반을 이유로 누르술탄에 폐에너지 공장 건설을 위한 PPP 협정을 해지했다.

카자흐스탄 유혈 시위사태가 일어났던 지난해 1월 알마티 공화국 광장 전경. ⓒ 연합뉴스
이밖에도 △알마티 경전철(LRT) 프로젝트 △아스타나 국제 금융 센터(AIFC) 프로젝트 △쿠릭 항구 프로젝트 등 PPP 사업으로 시작됐으나 증단 된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PPP 프로젝트 등 국부펀드 자금이 운용되는 사업의 경우 수주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 수주 활동을 공개하는 것은 곧 주가와 연동되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선수금 비중은 물론 계약을 현지 통화로 진행하는지, 달러로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도 비밀 사항으로 부친다"며 "계약 관련 리스크 등을 민간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 다양한 의견 수렴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첨언했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2022년 부패인식지수에서 카자흐스탄은 180개국 중 102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인프라 발전이 미비한 아프리카 권역 국가들보다 부패지수가 높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PPP 사업 진행에 있어 정부, 민간 부문 파트너 및 정부 차원에서의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정해야한다는 것에 입을 모은다.
조달 프로세스, 계약 협상, 프로젝트 구현, 모니터링 및 평가 과정 등 부패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시장 경제 원칙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중앙아시아는 소비에트연방권에 있었던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현지 중앙 정부의 공문이 있어도 지방 관세청에서 통과가 되지 않은 사례 등 사업 외적인 요소가 변수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중앙아시아 진출 전략이 제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