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더불어민주당이 '승부'를 걸었다. 이태원 참사 책임 논란과 관련한 이상민 행정장관의 거취다. 국회 과반 의석(169석)을 가진 민주당은 내일까지 열리는 본회의에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법적 구속력을 갖는 탄핵소추안까지 꺼내 들 생각이다.
실현 가능성은 물음표다. 우선 탄핵 직행 시 보수 진영의 결집에 따른 역풍이 민주당으로서 부담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판단이 이뤄지기 때문에 기각될 경우 당에 미칠 영향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예정대로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다.
◆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정치적 무게는 어디로'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건의권은 행정부의 독재를 견제하기 위해 헌법에 규정돼 있다. 의원내각제에 뿌리를 둔 제도로 다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단지 정치적 의미를 가질 뿐이다.

자신에 대한 해임안이 보고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오늘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행정안전위원회 관련 법안 처리가 끝나자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미국은 역설적이게도 해임건의안이 없다. 장관 및 공무원에 대해 탄핵을 발의한다. 하원에서만 발의가 가능하고, 심판은 상원에서 하는 이원적 구조다. 따라서 상원의 심판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장관 및 공무원을 해임, 처벌에 넘긴다.
상원과 하원의 이분적 구조로 대통령을 견제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회 단일 구조로 대통령을 견제하는 시스템이다. 그 견제권 중 하나가 해임건의안이다.
72년 유신헌법과 80년 제5공화국 때에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해임의결권으로 존재하다 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해임건의권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보통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대부분의 역대 대통령은 국회 의견을 따랐다.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후에도 물러나지 않은 사례는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 시절 김재수 농림부 장관과 윤석열 정부 박진 외교부 장관 두 명뿐이다.
△1955년 임철호 농림부 장관 △1969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 △1971년 오치성 내무부장관 △2001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해임건의안이 갖는 정치적 무게가 남다른 이유다.

윤 정부 들어 해임건의안의 무게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역대 대통령 임기 동안 1~2번 정도 나오던 해임건의안이 1년도 되지 않은 윤 정부에서는 벌써 2번째다. ⓒ 연합뉴스
그런데 윤 정부 들어 해임건의안의 무게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역대 대통령 임기 동안 1~2번 정도 나오던 해임건의안이 1년도 되지 않은 윤 정부에서는 벌써 2번째다. 지난 정권들과 다른 이유는 또 있다. 해임건의안이 통과됐으면서도 대통령이 거부하고 장관들도 물러나지 않는다. 여기에 해임건의안도 반쪽짜리라는 말도 나온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헌법기관이다. 헌법 제46조에 직접 명시된 국회의원의 역할은 유권자의 의사를 그대로 반영하는 대리인, 자율적으로 본인의 능력을 발휘해 공익을 지향하는 수탁인 중 수탁인의 역할에 해당한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쟁에 이용한다는 비판이다. 아울러 정부도 국회의 해임건의안을 구속력이 없다고 간과하는 분위기다. 헌법상 제도로 명시되어 있고, 특별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도 규정된 해임건의안의 무게가 가벼워졌다는 우려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해임건의안에 대해 "민심과 유가족을 이용한 정치적 공세로밖에 볼 수 없다"며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가 이상민 장관과 윤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적 책임을 일절지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도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직접 관여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나라의 한 축을 운영하는 장관에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