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흥국생명의 5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이행 사태가 결국 흥국생명이 백기를 들며 '입장 번복'으로 막을 내렸다. 흥국생명은 오는 9일 예정대로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8일 밝혔다. 문제는 흥국생명의 콜옵션 번복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줄이 막힌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 2017년11월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흥국생명은 이번 결정이 최근 조기상환 연기에 따른 금융 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으며, 태광그룹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현재 당사의 수익성·자금유동성·재무 건전성 등은 양호한 상황"이라며 "향후 추가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자본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흥국생명이 콜옵션 입장을 번복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전에 콜옵션 미행사를 언급하며 외화채권시장에서 한국물(국내 기업의 외화표시채권)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영향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흥국생명·DB생명, '신뢰' 무너뜨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과 증권의 성격이 동시에 있다. 흔히 '하이브리드 채권'이라고 부른다. 기업이 발행하며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즉. 언제까지 갚아야 한다는 조건이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돈을 돌려주지 않고 이자만 지급해도 된다. 그러므로 회계장부에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잡힌다.
다만 이런 장점 뒤에 단점도 존재한다. 신종자본증권은 변제 순서에서도 가장 마지막 순서인 '후후순위채권'이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일반 채권에 비해 금리가 높다.
투자자는 그럼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그건 아니다. 리스크가 큰 신종자본증권에는 '살 권리'라는 뜻의 '콜옵션'이 존재한다. 콜옵션은 '일정기간 뒤에 정해진 조건에 따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즉. 만기가 없는 신종자본증권을 팔았지만 대부분 5년 뒤에 정해진 가격으로 다시 살 권리가 부여된다.

흥국생명과 DB생명은 '콜옵션 행사' 암묵적 관행을 깨버렸다. ⓒ 연합뉴스
국내에서는 '콜옵션'을 행사하는게 암묵적으로 관행이었다. 이 콜옵션을 믿고 투자자들은 신종자본증권을 매수해왔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믿음을 흥국생명과 DB생명이 깨버렸다. 물론 흥국생명과 DB생명이 입장을 번복했지만 이미 시장에서 다시 신뢰를 얻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유승우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등 다른 신종자본증권은 양호한 재무건전성을 보유하고 있기에 조기상환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판단한다"며 "그러나 암묵적인 조기상환 책임에 대한 금기가 깨진 만큼 당분간 투자 심리는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흥국생명은 계산 상 콜옵션을 미행사 하는 것이 회사의 이익이라 판단한 것 같다"며 "다만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후폭풍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고 사회적 여론도 좋지 않자 흥국생명에서 다시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화생명 "우린 달라" 자신감 내비쳐
이런 가운데 국내 보험사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상환 일정이 줄줄이 다가오고 있다.

보험사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내역. ⓒ DB금융투자
한화생명은 내년 4월23일에 10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일을 맞는다. 한달 뒤인 5월21일에는 KDB생명이 2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이다. 동양생명(3억 달러·BBB-)과 교보생명(5억 달러·A-)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상태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다음 콜옵션 행사일을 맞는 '한화생명'으로 눈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흥국생명·DB생명과 달리 내년 4월 예정인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콜옵션 이행을 지켜 조기 상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