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전에 참여, 단독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
롯데케미칼은 이번 인수가 배터리 소재 분야 확장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강한 인수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조 단위에 이르는 거래 가격 협상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2위 동박 제조 기업 일진머티리얼즈(020150) 매각 본입찰이 시작된 가운데 롯데케미칼(011170)이 단독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 19일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 보유 지분(53.3%)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한 결과 예비입찰에 참여한 대다수 원매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원매자 중 하나였던 베인캐피탈은 내부 투심위에 막혀 본입찰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캐나다의 브룩필드자산운용을 포함한 재무적 투자자(FI)도 본입찰에 불참했다. 전략적 투자자(SI)로 꼽혔던 인도 5대 그룹 계열사인 한 대형 석유화학 업체, 유럽 화학 업체 역시 본입찰에 한 발 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이 사실상 본입찰에 참여한 유일한 후보자인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베인캐피탈 등 FI는 일진머티리얼즈의 추가 설비투자 및 고금리 상황이 부담스러웠다"며 "업계에서도 FI보다 SI인 롯데에 기대를 많이 걸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의 본업인 석유화학 업황이 침체된 가운데 일진머리티얼즈를 품으면 롯데케미칼은 단숨에 배터리 소재 강자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희망 매각가 3조원…가격 떨어져도 추가 투자 금액만 2조원
이번 인수는 가격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진머티리얼즈의 희망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약 3조원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은 2조원대 초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원매자가 없는 상황에서 일진머티리얼즈가 눈높이를 낮춰 매각을 성사할 지가 관건이다.
물론 일진머티리얼즈가 가격을 낮춘다 해도 롯데케미칼 입장에서 고민해야 하는 이슈가 산적해 있다.
우선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이후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재산업 특성상 대규모 생산설비 확충, 유지관리 등에 거액의 투자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수 후 투자해야 하는 금액만 2조원. 인수 측 입장에서는 거래액 외에 추가로 2조원의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뒤따른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롯데케미칼의 현금성 유동자금이 약 3조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해당 자금으로 인수까지는 마무리될 수 있으나 일진머티리얼즈가 매각을 고민한 이유 중의 하나인 추가 투자 부담까지는 여력이 안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롯데케미칼 자체적으로도 추가 투자 등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자체적인 투자유치나 혹은 롯데그룹 차원에서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고 현재 시장에서는 이 부분을 채권발행 등으로 메꾸려는 계획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문제는 현재 시중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조달금리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올해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자금 조달을 하기 쉽지 않아 대규모 M&A를 추진하기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고유가 등 영향으로 화학 업황 전망도 밝지 않다.
◆롯데케미칼, 2분기 적자…'승자의 저주' 우려도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5110억원, 영업손실 21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26.6% 증가했음에도 적자 전환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에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롯데케미칼이 올해 2분기 보유한 현금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 1조7935억원, 단기금융상품 1조229억원 등 총 2조8164억원이다. 거래 방식에 따라 한 번에 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순 있지만, 단순 금액만 봤을 때 현금을 모두 부어야 하는 셈이다.
롯데케미칼이 이미 동박업체인 솔루스첨단소재에 투자를 했다는 점도 매각 성사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롯데그룹은 롯데정밀화학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솔루스첨단소재에 2900억원을 투자했다. 경쟁사인 만큼 중복 투자에 대한 부담이 뒤따를 것이란 의견이다.

롯데케미칼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 프라임경제
솔루스첨단소재는 현재 2만톤 가량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2026년까지 11만7000톤 규모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올해 반기 기준 4만톤 생산능력에 2025년까지 20만톤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업계에 따르면 동박 1만톤 생산을 늘리는데 15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이 별도로 20만톤 생산량을 늘린다면 약 3조원이 필요한 셈이다. 일진머티리얼즈 몸값이 3조원 이상이라면 솔루스첨단소재를 중심으로 동박 생산설비 증설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말레이시아 자회사에 약 1조원을 투자한 사모펀드 스틱과의 관계도 껄끄러운 변수다. 스틱은 일진머티리얼즈의 해외 공장 증설과 관련한 동의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인수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며 "이후 확실한 상황은 공시를 통해서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일진머티리얼즈의 기업가치에 대한 금액만 산정됐을 뿐 구체적인 매각 금액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라며 "이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롯데가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면 국내 2위 동박 회사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성공한 이후 현금창출 능력이 높아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올해 실적에서 보여주듯이 글로벌 경기 악화 등 외부요인으로 인해 인수 이후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롯데가 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이 이뤄진다면 일진머티리얼즈가 그룹사에 안정적으로 편입되고 시너지 효과가 날 때까지 큰 부담 없이 안착할 수 있다"면서도 "롯데 일부 계열사들의 우발채무나 국내외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실적 악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과거 다른 그룹사들이 M&A에서 승리하고도 그룹 해체의 과정을 겪었던 '승자의 저주'가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