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상대방의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이 제정될 경우, 통화 녹음을 애플의 '아이폰'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삼성전자(005930) '갤럭시' 스마트폰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국민들의 '음성권 보장'에 초점을 둔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통화 당사자 한쪽이 자의적으로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다른 한쪽의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엔 △통화내용을 녹음할 경우 당사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여러 사람과 대화한 내용을 녹음할 경우엔 참여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 의원은 통화녹음과 관련해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13개주, 프랑스 등 일부 해외 국아에서는 통화 녹음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에 미국이 본사인 애플은 '아이폰' 자체에 녹음 기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제3자가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만 불법에 해당하고 대화 당사자가 녹음하는 것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다.
하지만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법 조항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며, 대화 참여자는 대화 상대 모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수정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의 장점으로 꼽히는 '통화 녹음' 기능을 사용하지 못 하게 되기 때문이다. 업무상 통화 녹음이 필요해 갤럭시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이 법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국회가 앞장서서 아이폰 사용 권장하는 건가", "삼성페이와 통화녹음 기능 때문에 갤럭시를 쓰는데 녹음이 안 되면 절반의 이유가 사라지는 것", "통화녹음 금지할 거면 사기죄 처벌이나 먼저 강화해라" 등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로 인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광림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2017년 7월 통화녹음 여부를 의무적으로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한 바 있다. 이용자가 통화 내용을 녹음하면 사업자가 그 사실을 통화 상대방에게 알리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개인정보보호 전문가는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최경진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회장은 지난 22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을 통해 "많은 분들이 국내 폰을 쓰는 이유 중에 하나가 녹음 기능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건 전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적 근거 확보 등 녹음의 순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개정안대로 한다면 상대방 동의 외에는 사실상 예외로 인정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며 "범죄 피해자 등 경우에 따라서 (통화 녹음을) 민형사상 증거로 활용해야 할 때도 있는데 그것들이 모두 다 막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라이버시나 사생활의 자유도 헌법상 보장받는 매우 강력한 최우선의 권리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표현의 자유나 아니면 공적 인물, 알 권리 등에 의해 제한되기도 한다"며 "어떤 권리도 100% 완벽하게 보호받는 권리는 없기 때문에 이런 적절한 제한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 논의가 좀 더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