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포스코가 성폭행 사건, 계열사 갑질, 불법파견 등의 잡음으로 언론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주요 임원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에 책임 회피 논란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 포스코는 사내 성범죄 대응에 미온적으로 대응했을 뿐 아니라 관련 임원들의 징계도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는 얘기를 듣는다. 여기에 포스코 본사 포항이전 논의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는 중이다.
◆청사진 제시는 기수(旗手) 자처…책임 논란에는 뒷발치
업계는 이러한 최정우 회장의 행보가 3년 전 선포한 포스코 기업시민헌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평한다. 기업시민헌장의 핵심 키워드는 △모든 사업에서 공정·투명·윤리의 가치를 실천한다 △사회 직면 문제에 공감하고 기업 차원의 역할을 다한다 등이다.
포스코가 연이은 논란들에 대처했던 모습을 고려한다면 위 사항을 적극 반영했다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난해 사내 ESG위원회까지 설립, 윤리경영을 적극 실천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무색할 지경이다.

최정우 회장 체제의 포스코는 잇단 사건들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 프라임경제
그룹 내 자체 조사한 통계 수치도 포스코의 기업문화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포스코가 발간한 2021 기업시민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09건이던 그룹 내 윤리·성희롱 상담 실적은 지난해 172건으로 57.7% 증가했다.
그러나 포스코가 자체 평가한 2021년 윤리교육 이수율은 99.9%, 성희롱 예방 교육 이수율은 100%에 달했다. 완전에 가까운 이수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건의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이는 포스코가 자체 성희롱 예방 교육 프로그램의 효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해결 의지도 미약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내 직원들 역시 최정우 회장이 그룹의 청사진을 제시할 때는 전면에 나서 깃발을 휘두르지만, 정작 책임을 요할 때나 문제 해결이 필요할 때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2021 포스코 기업시민보고서. ⓒ 포스코홀딩스
이에 지주사 출범 연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마저 등장했다. 최정우 회장이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지주사 출범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포스코는 "지속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며 "가장 성공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주사로 전환한 것이다"라고 주장하지만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기업 선 긋기 혈안에 역사 청산은 '자가당착'
최정우 회장이 '국민기업' 선 긋기에 혈안이 됐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국민기업이라는 타이틀이 그룹 전체에 무거운 사회적 책임감을 지니게 만들어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논란은 포스코가 지난 4월 임직원들에게 '포스코그룹 정체성'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면서 불거졌다. 메일은 포스코가 2000년 정부 보유 지분이 전량 매각됐고, 외국인 지분도 51.3%에 달하는 완전한 민간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 국민기업이라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으며, 미래발전을 위해서도 극복돼야 할 프레임이라고 지적한다.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포스코는 역사 청산에도 스스럼없다. 포스코는 대일청구권 자금의 10%만이 포항제철소 건설에 사용됐다는 점과 자금 역시 민영화 과정에서 환수됐기 때문에 완전한 민영기업이라고 주장한다. 제철소 건설에 사용된 유상 청구권 자금도 1996년에 이미 원금 및 이자 상환을 완료했으니, 자신들을 국민기업으로 부를 수 없다는 논리다.

포스코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가 포항 시내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포스코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
이는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우향우 정신'을 전면으로 위반하는 행보로 읽힐 수 있다. 우향우 정신은 선조들의 핏값인 대일청구권자금으로 짓는 만큼 실패하면 민족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니 우향우해 영일만에 빠져 죽어 속죄해야 한다는 포스코의 경영 정신이다.
불과 3년 전 포스코에너지는 '포스코 50년사'에 포스코의 저변에는 여전히 철을 만들어 나라에 은혜를 갚는다는 제철보국이 함께하고 있다며 본인들이 명실상부한 국민기업이라고 칭하고 있다. 이처럼 포스코는 본인들이 부여해 온 역사를 왜곡하는 안타까운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져있는 모양새다.
포스코가 내건 2021년 기업시민보고서를 찾아보니 '국민'이라는 표현은 단 한차례 쓰였다. 그마저도 '국민연금 지원'에 일부 포함된 단어였다. 대신 포스코는 고객이라는 단어를 총 2000여회 이상 사용했다. 포스코가 국민이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합리적 의심마저 든다.
그간 포스코는 국민기업이라는 프레임으로 부당한 간섭과 요구를 들어야 했다고 불평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국민기업이 아닌 국가대표 기업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포스코는 국가대표 위상에 걸맞은 책임 경영이 무엇인지, 국민기업이라는 호칭이 과연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만 생각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자문해 볼 시기다. 윤리 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50년간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온 포스코의 위상은 현재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