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배터리 활용 기술로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기겠습니다."
지난 4일 방문한 제주테크노파크 에너지융합센터에는 이 같은 각오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국내 최초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를 개소해 운영 중인 제주테크노파크는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 산업 육성'과 '전기차 배터리 전주기 체계 구축'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사업에 임하고 있다. 그간 환경오염 문제로 매립이나 폐기가 어려웠던 폐배터리가 재사용·재활용 관련 기술을 갖추며 친환경 요소와 경제성을 두루 갖춘 미래 먹거리로 변모하고 있어서다.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산업이 오는 2040년 글로벌시장에서 누적 23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국내 배터리 3사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물론 현대자동차그룹까지 폐배터리 사업에 진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는 국내 최초 폐배터리 연구개발 기지다. = 전대현 기자
이에 제주테크노파크도 대기환경보존법에 따라 수명이 종료된 전기차에서 발생되는 배터리를 회수해 △안전보관 △평가 △보급 및 연구 장비 지원 △기술지원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회수→안전→보관→시험평가→보급→연구지원'이라는 원스톱 생태계를 구축,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통상 10년으로 알려진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초기 용량 대비 70% 이하로 감소하면 수명을 다했다고 본다. 기존에는 사용 후 배터리를 지자체에서 보관했지만, 지난해부터 환경부와 지자체가 지정한 전문기관이 관리 중이다. 국내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제주도에서는 제주테크노파크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 방문한 제주테크노파크는 올해 가동을 목표로 구축 중인 '방폭동'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설비가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점차 얼개를 갖추며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시장 확대와 산업화를 위해 빠르게 나서고 있는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동훈 제주테크노파크 활용기술개발팀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가 급증함에 따라 사용 후 배터리 역시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분야뿐 아니라 관광 및 1차 산업 연계분야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배터리산업화센터내 사용 후 배터리들이 보관돼 있다. = 전대현 기자
실제로 사용 후 배터리는 1차적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을 보관하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활용되며, 이후 배터리 모듈의 상태에 따라 △전기차 충전스테이션 연계형 제품 △가로등 연계형 △농업용 운반차 등으로 개발된다.
에너지융합센터에서 간단한 사업 개요를 들은 뒤 실제 사용 후 배터리의 판별이 이뤄지는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 들어서니 250여개의 사용 후 배터리 모듈과 팩들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센터 내부는 배터리 특성상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탓에 21도 수준으로 유지된다.
크게 △팩·모듈 검사실 △배터리 적재실 △공정 모니터실로 이뤄진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는 △배터리 잔존가치판단 △성능검사 △안전성검사 등 종합적인 감별을 통해 배터리의 재사용 혹은 폐기 여부를 결정한다.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는 사용 후 배터리의 △용량 △임피던스 등 잔존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 △배터리팩 장비 3채널 △모듈 장비 26채널을 갖추고 있었다. 나아가 제주테크노파크는 오는 12월까지 총 70여종의 활용장비를 구축할 계획이며. 2024년까지 시험인증과 신뢰성 평가를 위해 12종의 장비를 추가로 더 들여올 계획이다.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로 회수된 배터리 팩과 모듈. = 전대현 기자
배터리 감별은 팩을 분리해 모듈을 사람이 일일이 검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팩 단위 안전검사는 1기당 48시간 정도 소요되며, 검사를 마친 팩은 다시 분해돼 모듈 단위로 검사를 받게 된다. 모듈 검사는 1기당 18시간 이상 소요된다.
초기 대비 성능이 70%를 웃돌면 팩 형태로, 50~60% 수준이라면 모듈 형태로 재사용한다. 그 이하 수준의 배터리는 폐기되며 특수용액을 통해 분해돼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의 원재료를 추출해 재활용된다.
이날 현장에서는 배터리 감별을 위해 높은 인건비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사업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동훈 팀장은 "제조사별 BMS 정보가 각기 다름에도 사업상의 이유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배터리 감별 시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불편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토로했다.

사용 후 배터리 모듈이 잔존가치를 검사하고 있다. = 전대현 기자
다만, 2030년 국내에 사용 후 배터리가 20만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사용 후 배터리 감별 효율을 높일 해결책도 필수적으로 마련될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이에 정부는 BMS 공개를 강제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사업이 안정화될 경우 수익성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직까지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사업이 초기 단계인 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사용 후 배터리 안정성 확보 △지역 내 활용 △타지역 반출을 관리하는 기관이 전무하다. 또 운송과 관련해 정해진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일례로 노면의 요철이나 방지턱 등으로 인한 충격으로 배터리팩이 손상되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지만 명확한 운송 기준이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동훈 팀장은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며 "지자체에서도 행정부에 검사 기준 및 제도개선을 건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반영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