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연이어 ‘대어’ 삼킨 뒤 소화불량?

[금호아시아나그룹-M&A 후유증 딛고 순항할까①]

이연춘 기자 | lyc@newsprime.co.kr | 2008.06.26 08:36:26

[프라임경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 회장이 ‘대어’를 낚은 뒤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재계 'TOP 10' 재벌기업 중 하나로 거듭났지만 M&A에 무리한 자금운용에 문제점이 노출됐다는 게 재계 일각의 분석이다. 즉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M&A가 금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급격하게 덩치를 불려 배탈이 나는 것 아니냐’는 구설수에 이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돈다. 이에 본지는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금호의 'M&A 후유증 딛고 순항할까'를 기획 시리즈로 집중 취재했다. 그 첫 번째로 연이어 낚은 대어에 고전하는 금호를 집중 조명했다. 

 '유동성위기' 소문에 대우건설·금호산업·금호석유화학 등 하락세
 박삼구 회장 "해운업 진출 금융업 부문 강화"  M&A 열정 여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삼성과 견줄 만한 일류 기업군으로 성장시키겠다. 강한 그룹, 500년 영속기반 구축을 비전으로 삼아 과감한 M&A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힌바 있는 박삼구 회장은 이런 공언을 달성하기 위해 결국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선택과 집중에 올인 했다.

금호는 2006년 채권단으로부터 대우건설 지분 72%를 6조4,000억원에 인수하며 당시 M&A 시장의 최대어를 낚았다. 지난 1월에는 법정관리 중이던 국내 물류업계 1위 대한통운의 지분 60%도 4조1,000억원에 사들이며 재계 11위에서 7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이에 재계에선 국내 대형 M&A에 성공한 박 회장을 '미다스의 손'으로까지 부른다. 하지만 연달아 성공한 M&A에 적지 않은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기존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창출 및 인수 자금조달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며 후유증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인 것이다. 

◆연이은 대형 M&A 탈날라

금호를 재계서열(공기업과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에서 7위로 끌어올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던 대우건설이 그룹의 뜨거운 감자로 전락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우건설 인수 당시  금호가 무모하게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며 불안하게 보는 시각이 더러 있었다. 자산 12조원이던 금호가 대우건설의 인수대금인 자산 6조4,000억원은 너무 크다는 설명. 무리한 인수로 되레 화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분위기였다.

우선 대우건설의 지난 1분기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무려 6조원이라는 막대한 인수 자금을 쏟아 부으며 품에 안은 대우건설의 상황은 달랐다. 지난해 국내 빅5 건설사 중 유일하게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의 1/4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떨어진 1조3,027억원, 영업이익도 53%나 줄어든 597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금호가 대우건설을 통해 5,460억원의 교환사채(EB: 발행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기업의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사채)를 발행하게 해 대한통운 인수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원인이란 설명이다. 이로 인해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현재 180%로 뛴 상태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의 약세 이유를 그룹 내 기존 계열사와 대우건설간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점과 무리한 인수자금조달방식을 지적한다.

게다가 인수 당시 박 회장이 내건 '풋백옵션(put-back option: 기업을 인수한 후 추가로 부실이 발행했을 경우 매각자로부터 이 손실분에 해당하는 자금을 보전 받는 것)' 조건도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잇따른다. 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대우건설 주가가 2009년 12월까지 1주당 3만3,000원을 밑돌 경우엔 되사주기로 조건을 내걸었다.  

   
현재 주가는 되사주기로 한 가격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지난해 한때 3만원을 넘어서던 대우건설 주가는 최근 올 1분기 내내 주로 2만원 밑에서 맴 돌았다. 올 들어 대우건설 주가는 2만원대 아래에서 형성됐다.

지난 6월 24일 종가기준으로 주당 1만6,000원에 거래됐다. 이미 지난 1월 주당 1만6,600원에서 시작된 대우건설의 주가는 3월 주당 2만원대로 뛰었지만 5월 다시 주당 1만8,000원으로 하락세보이며 점점 떨어지고 있다. 만약 현 주가가 2009년 말까지 유지된다면 금호는 최대 1조원이 넘는 자금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금호 '유동성 위기'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룹 지주사격인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 주식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호산업의 경우 1월 주당 3만800원에서 6만1,500원 사이에 머물렀던 주가는 24일 종가기준 2만7,000원대로, 금호석유화학도 지난 3월의 5만7,000원보에서 5만원대를 겨우 지키고 있는 정도다.  

이런 주가는 결국 대우건설에 이어 또 다른 대어인 대한통운 인수와 관련 무리한 자금 조달 방법으로 금호 전체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팽배하다. 결국 대형 M&A는 막대한 양의 회사채를 그룹의 각 계열사별로 발행해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만기가 된 사채를 막기 위해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우는 금호의 희생양?

이뿐만이 아니다. 대우빌딩을 모건스탠리에 9,600억원을 받고 매각했을 때도 자금난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해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영욕이 깃든 대우빌딩은 결국 금호 품을 떠났지만 뒷말이 무성했다.

게다가 금호에 흡수된 대우건설의 내부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금호의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 대우건설이 희생양이 된 셈이다. 지난해 대우센터 빌딩 매각에 이어 최근 인수한 대한통운 인수전까지 대우건설이 전면에 나서면서 대우건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금호의 몸집 불리기에 대우건설이 희생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금호는 대우건설 인수 당시 '독립경영'은 물론 '핵심자산 유지'를 약속했었다. 대우건설 인수전의 최대 걸림돌로 예상되던 노조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금호의 약속은 1년도 못돼 깨졌다. 금호가 대우건설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서울역 앞 대우센터 빌딩을 약 1조원에 매각하면서 약속을 져 버렸기 때문이다. 대우센터 매각대금 중 5,000억원은 대우건설의 주가부양을 위한 유상감자에 사용됐다.

'독립경영 약속' 역시 최근의 대한통운 인수전을 통해 흔들리고 있다. 대한통운 인수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리비아대수로청(ANC)의 지분 25%를 인수하면서 대우건설의 독립경영 약속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응이다. ANC 지분 취득 전략은 박삼구 회장의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대우센터 매각잔금 5,000억원이 대한통운 인수자금으로 쓰일 전망이어서 대우건설 직원들의 허탈감은 더욱 심해다는 게 내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호 한 관계자는 최근 재계 일각에서 불고 있는 M&A이후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 "외부 시각인 뿐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대우건설 인수당시 풋백옵션 역시 연간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금호에 위기를 가져올 정도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고유가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과 건설 계열사들이 건설 경기 악화로 이어진 미분양 등으로 일시적인 실적악화를 보인 것"이라며 "현재 그룹 전체 자산이 26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M&A자금 조달 문제는 확대해석"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삼구 회장의 몸집 불리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그룹 창사 62주년 기념행사에서 "해운업 진출과 금융업 부문 강화"의지를 피력하며 식지 않는 M&A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향후 박 회장과 금호의 M&A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M&A 후유증 딛고 순항할까] '②아시아나항공 아찔한 비행'을 게재합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맨 위로

저작권자(c) 프라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