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차량 생산에 악화일로를 걷던 국내 완성차업계가 또 다른 핵심부품 공급난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도시 봉쇄 조치를 내린 탓에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25일 업계에 다르면 최근 중국 산둥성 내 현대차·기아에 와이어링 하네스를 납품하는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THN 등의 현지 협력사들이 도시 봉쇄로 인해 가동을 멈췄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도시 봉쇄 조치를 내렸다. ⓒ 연합뉴스
와이어링 하네스는 차량 내부 전기 배선을 정리하는 핵심부품으로, 차량 내 전자부품을 연결하는 배선 뭉치다. 차량 내부에 들어가는 수많은 전기선을 파트별로 묶어 차량의 오작동 및 배선의 손상을 막는다.
해당 부품은 작업 공정 특성상 온전히 수작업으로만 진행돼,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완성차업체 대부분은 중국 공장으로부터 해당 부품을 납품받고 있다.
아직까지 현대차·기아의 공장 중단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일부 생산물량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향후 생산 공장 중단도 불가피하다.
현재 현대차는 울산공장에서 생산되는 △팰리세이드 △스타리아 △포터를 비롯해 제네시스 △GV60 △GV70 △GV80 모델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기아는 △레이 △쏘렌토 △모하비 △스포티지 생산에 문제가 생겼다.
이에 현대차는 △2주 연속 주말 특근 중단 △주요 차종 생산량 30% 감산 등을 통해 납품 지연에 대응하고 있으며, 기아도 이번 주말 특근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급망 다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다시금 힘이 실리고 있지만, 문제는 이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품 특성상 공정 과정이 복잡하고, 숙련된 일손이 필요해 신규 설비 구축 및 공급망 변화를 위해서는 최대 6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규 설비 구축에 최대 32억원 정도의 비용도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주요 생산국인 대만과 일본에 최근 지진이 발생하며, 차량용 반도체 생산 차질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3일 대만 인근에 규모 6.6 지진이 발생해 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TSMC의 생산라인 일부가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TSMC 측은 "대부분의 제조공장에서 산발적 대피만 있었을 뿐 직원 대부분이 곧 라인으로 복귀했다"고 밝혔지만, 완성차업체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이 더욱 가중됐다.
또 일본에서는 지난 16일 발생한 지진 여파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문제가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도후쿠 지역 인근에 세계 3위 반도체 생산업체 르네사스의 제조공장이 위치, 이번 지진으로 르네사스는 △나카 △다카사키 △요네자와에 위치한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23일 대만 인근 발생한 규모 6.6 지진으로 TSMC 생산라인 일부가 가동을 중단했다. ⓒ TSMC
이 중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나카 공장은 전 세계 여러 완성차업체에 제품을 공급한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 들어가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과 시스템온칩(SoC)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르네사스는 20일 요네자와 공장을 시작으로 23일 두 공장도 생산능력을 회복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생산중단으로 인한 적지 않은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장 가동을 재개하더라도 공정 특성상 생산라인 가동 중단 시 작업 중이던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해 피해가 불가피하고, MCU와 같은 일부 차량용 반도체는 주문 후 공급까지 1년 이상 소요된다.
이밖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반도체 공정 핵심 원료 가격 폭등 △국제유가 급등 등 많은 외부적인 요인들이 완성차업체의 출고 적체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소비자들의 차량 인도 기간도 계속해서 늘어 가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통제가 힘든 외부 요인이 완성차 생산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쌓인 생산 대기물량과 함께 신차 출시도 미룰 수 없어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