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 한 해 통신사들 사이에서 통신사업은 완벽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가입자 포화상태에 직면하면서 통신사업이 투자 매력을 잃은 것.
그러나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가의 5G 요금을 내고 있는 가입자들이 서비스 품질 불만을 지속적으로 토로하자 통신사 입장에서 망 투자를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올 한 해 통신사들 사이에서 통신사업은 완벽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 연합뉴스
또 실효성 없는 알뜰폰·단통법 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중소 알뜰폰 사업체와 유통업체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법안에 대한 개정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안 하지도 잘 하지도 못 한 '통신'
기업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서는 신사업, 고객 만족도를 위해서는 통신에 투자해야 한다는 선택지에서 올해도 통신사는 이익을 택했다.
국내 이동통신사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는 일제히 '탈통신'을 선언하며 올해 들어 합산 영업이익이 연속 3분기 1조원을 넘는 쾌거를 이뤘지만 그 영광을 온전히 누리지 못 하는 모습이다.
2019년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룩한 지 2년 반이 지났으나 기지국 부족으로 서비스가 자주 끊기고 기대만큼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고객 불만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 이처럼 만족스럽지 않은 품질에도 LTE 대비 확연히 비싼 요금제 탓에 원성이 자자하다.
그럼에도 많은 소비자는 5G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일부 최신형 스마트폰이 5G 전용으로 출시되고 있는 탓이다. 올 초 삼성전자 갤럭시S21울트라가 5G 기종으로만 출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유통점에서 스마트폰 구입 시 고가의 5G 요금제에 가입하면 지원금을 강화하는 형태로 기기 값을 할인해주는 행위도 유인책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올해 10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 수는 총 1938만970명으로, 지난해 12월 기준 1185만명이었던 점을 보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증가세로 보면 연내 2000만명은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점차 늘어나는 가입자 수에 걸맞게 통신사들은 연내 28㎓ 5G 기지국 4만5000여개를 설치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이행률은 0.3%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간헐적으로 큰 통신 장애가 생기면서 통신사에 대한 고객 신뢰가 바닥을 쳤던 해였다.

올해 10월 전국 네트워크 마비 사태를 일으킨 KT의 구현모 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10월 발생한 KT의 유무선 네트워크 장애가 신뢰 하락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라우터(네트워크 경로 설정) 교체 작업 중 명령어 한 줄을 누락시킨 실수로 전국망이 마비됐던 사건이다. 이에 따라 개인고객은 물론 카드결제에도 오류가 생기며 소상공인 고객 피해도 다수 발생했다.
약 한 달 뒤인 11월 서울 구로구와 영등포구 일대 광케이블 절단 사고로 인해 KT 무선통신 장애 사고가 한차례 더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사고는 월드컵대교 수목작업 중 광케이블을 절단하며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월드컵대교 시공사인 삼성물산 책임으로 밝혀졌음에도 KT를 탓하는 목소리가 빗발치며 신뢰 하락이 증명됐다.
또 같은 달 아이폰13 시리즈 '수신장애' 문제 발생 당시에도 고객들은 통신사를 먼저 의심했다. 애플 기기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전화와 문자가 제 시간에 수신되지 않고, 부재중 알림 문자(매너콜)만 오는 등 통화지연 장애가 생긴 사건이다.
특정 제조사 스마트폰에서만 발생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통신사를 가장 먼저 의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
해당 장애는 현재까지 수 주 째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책임소재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다만 제조사인 애플이 지속적으로 iOS 업데이트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기기결함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아이폰13 시리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LG유플러스 고객들 사이에서만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통신 품질 논란이 거셌지만 다른 종류의 기기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문제가 없어 통신 품질 문제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통신 아닌 것에서 능력발휘 '더'
통신3사는 국내에서 통신 품질로는 신뢰를 잃었지만 인공지능(AI)·로봇·미디어 등 신사업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먼저 SK텔레콤은 지난달 1일 통신회사 'SK텔레콤'과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중심 투자회사 'SK스퀘어'로 인적분할 했다. 통신과 비통신 사업을 본격적으로 분리해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유영상 전 SK텔레콤 MNO사업대표가 SK텔레콤을 맡고 박정호 전 SK텔레콤 대표가 SK스퀘어를 맡아 운영한다. 유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통신 서비스 사업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안정적인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하겠다"고 말하며 통신 사업에도 소홀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KT는 일찌감치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X) △미디어·콘텐츠 등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며 통신회사(텔코)에서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 전환을 꾀했다.
올 한해 가시화된 비통신사업 성장세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매출을 통해 증명됐다. 이들의 3분기 IDC 매출은 기존 IDC와 함께 용산IDC·남구로IDC·다른 사업자들의 IDC 설계·구축·운영(DBO) 사업 신규 고객 확보로 전년 동기 대비 34.7% 증가했다.
AI·DX 전체 수익도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했으며 B2B 사업 수주 금액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며 비통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같은 행보에 힘입어 이달 14일 허석준 KT경제경영연구소장은 2025년에는 비통신 매출을 전체 매출의 50%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대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과 제휴를 통해 미디어 사업에 적극 나섰다. 또 올해 상반기에는 부산·여수 스마트항만 사업과 울산·여수 석유화학단지 스마트 산단 구출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하는 등 B2B 솔루션 사업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통신 관련법 실효성 부재…공정 경쟁 걸림돌
올 한해 중소 사업자 생계를 위협하는 통신 관련 법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 대기업의 독점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났지만 관련 법안에 허점이 많은 탓에 제재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연합뉴스
우선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 대기업의 독점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났지만 관련 법안에 허점이 많은 탓에 제재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알뜰폰 시장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업자(MNO)가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에 통신망을 빌려줘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통신3사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 통신망을 도매가로 빌려주고 있지만 자회사를 통한 알뜰폰 도매 사업도 하고 있다.
문제는 중소업체들에 비해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알뜰폰 가입자를 쓸어 모으고 있다는 점에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10월말 기준 통신 3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휴대폰 회선 점유율은 49.9%에 달했다.
이 같은 독점을 우려해 정부는 2012년 통신 3사의 알뜰폰 시장 진입 조건으로 시장 점유율 50%를 넘기면 더 이상 신규 가입자를 모을 수 없도록 한다는 규제를 내걸었다.
그러나 해당 규제에는 스마트워치나 태블릿PC·자동차 등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를 온라인에 연결하는 통신회선도 알뜰폰 가입수치에 포함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큰 허점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현재 현대차·기아·르노삼성 등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추진 중인 완성차 기업도 알뜰폰 사업자로 포함되며 통신 3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낮춰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IoT 가입 회선을 포함하면 알뜰폰 시장 전체에서 통신 3사 자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32% 가량에 불과하다. 통신 3사 자회사들이 실질적으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를 제재할 근거가 마땅치 않은 상황.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10월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낮추고 3년 내 사업을 철수하도록 과기정통부에 요구하기도 했으나 이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들 자회사들이 중소업체 대비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하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과도한 규제로 인한 소비자 선택권 저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공시지원금의 15%였던 추가지원금 한도가 30%로 2배 늘어난 단통법 개정도 주요 이슈다. 추가지원금은 통신사가 유통점에 제공하는 공시지원금 외 유통점이 고객에게 추가로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이 추가지원금은 통신사가 유통점에 주는 판매 장려금(인센티브)를 주 재원으로 한다. 이외에도 자체 자금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유통망의 경우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늘었으나 소상공인 부담을 높이는 유통점 간 자금력 대결만 붙이는 개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가 장려금을 차별 지급하지 않도록 강력히 행정 지도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현재 실질적으로 장려금에 대한 뚜렷한 규제가 없어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