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금융당국과 카드업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카드사 노조는 '결제 셧다운' 수준의 강력한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결제 셧다운이 발생하면 막연히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다. 실제 신용카드 없는 일상이 어떨지, 체험해봤다.
카드 없는 일상 체험을 위해선 먼저 현금 준비는 필수다. ATM기에서 20만원을 인출했다. 카드가 있을 땐 비상금이 크게 필요하지 않지만 카드 없이 생활한다고 생각하니 덜컥 걱정이 앞서 적지 않은 돈을 준비했다.
지하철 기본요금 1350원, 시내버스 요금 1300원. 현금 기준 서울 시내 대중교통 요금이다. 학생 땐 당연히 기억했을 교통비인데, 카드가 보편적 결제 수단이 되면서 1회 이용료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 갈 때는 지하철, 올 때는 버스…환승은 어떡하지?
주말이라 평소보다 게으름을 피운 기자는 카드 없는 일상을 맞을 준비를 했다. 목적지는 고속 터미널. 거주지 주변인 신용산역에서 고속터미널역까지는 지하철 기본요금인 1350원을 지불하고 지하철을 탈 수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카드가 있어야 했다. 신용카드가 아니더라도 선불카드를 구매한 뒤 이용할 수 있다. 수년전 어떤 이유에선지 '1회용 발매·교통카드 충전기'를 이용해 1회용 교통카드를 발매해 사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계에서 목적지를 선택하면 운임과 보증금, 합계금액이 화면에 표시된다. 1회용 교통카드 보증금은 500원이고, 카드 반납 시 찾을 수 있다.

1회용 교통 발매·교통카드 충전기와 보증금 환급기. = 김기영 기자
1회용 교통카드만 있으면 환승에도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목적지 도착 후 교통카드를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는 절차 상 번거로움만 참으면 됐다.
볼 일을 마친 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체험을 위해서였다. 인터넷으로 버스 노선을 찾아보니 동작역에서 환승해야 했다. 두 차례 버스 이용으로 두 번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카드 이용 시에는 환승할인을 받았을 텐데, 카드가 없을 경우 충전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버스에 오르면서 500원 3개를 돈통에 넣었다. 웬일인지 기사는 그저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었다. 몇 초 간 정적이 흐른 뒤 "500원짜리 3개 넣었어요"라는 말에 약간 당황스런 모습으로 300원을 거슬러 줬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버스 돈통, 동전으로 요금 지불 중 버스가 출발해 사진이 매우 흔들렸다. = 김기영 기자
무심코 거스름돈을 챙겨 집에 왔을 때 의문이 들었다. '분명 버스 요금은 현금 1300원인데 왜 200원이 아닌 300원을 거슬러 줬을까?' 현금을 지불하는 승객이 그만큼 없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용카드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느꼈던 가장 큰 불편함은 환승할인을 받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기본 운임도 더 비싸다. 물론 신용카드가 아니더라도 환승할인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티머니 카드 구입 후 현금 충천 △삼성페이 내 티머니 계좌 충전 등으로 할인받을 수 있다.
◆ 쇼핑·배달 앱, 카드가 아닌 계좌 간편결제 가능
카드 없는 일상 체험 이틀 차에는 대중교통 이후로 또 다른 난관이 찾아왔다. 인터넷 쇼핑과 배달 앱 등을 사용할 경우다. 물론 무통장 입금 등을 통해 결제에 사용되는 플랫폼 내 상품권을 구매할 수도 있었지만, 그냥 매장으로 방문해 상품을 구매했다.
귀찮음을 이겨내고 매장에 도착해 키오스크가 아닌 데스크에서 햄버거·밀크쉐이크·치즈프라이를 주문했다. 가격은 총 2만200원. 현금 3만원을 내밀자 직원은 9800원을 거슬러줬다. 동전 8개가 바지 주머니에서 다소 불편하기도 했지만, 감내할 만하다.
맛있는 식사 후 일주일치 먹거리 구매를 위해 대형마트로 향했다. 아침식사용 시리얼과 우유, 저녁식사용 생선·육류·야채 등을 구매했다. 물론 현금으로 구매했다. 계산을 하던 직원은 거스름돈을 꺼내는 수고를 했고, 길게 늘어진 줄을 보니 미안함까지 느껴질 정도다.
카드를 사용할 때와 달리 거스름돈을 주머니에 한가득 넣고 다니니 점점 불편함이 가중됐다. '500원짜리는 코인세탁기에서 쓰겠지만, 100원과 10원짜리는 쓸 일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틀간의 신용카드 없는 일상 체험기를 마치고 발생한 동전들. = 김기영 기자
다소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카드 없이 온라인 쇼핑도 성공했다. 지금까지 주로 쇼핑 앱 내에 카드를 등록한 후 결제해 왔기에 카드 없이 앱을 사용하지 못할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쇼핑 플랫폼 내 결제 방식이 자동 계좌이체 방식과 카카오·네이버 페이 등으로 다양화됨에 따라 카드 없이도 충분히 결제할 수 있었다. 다만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은 카드사 보다 결제 수수료율이 1~2% 포인트 높았다.

쇼핑 앱 내 기존 결제 등록된 카드를 삭제하고 계좌를 등록해 결제 방식 변경을 해봤다. = 김기영 기자
단 이틀 간 신용카드 없이 생활해 봤을 뿐임에도 '신용카드'라는 결제 수단이 얼마나 보편화돼 있고, 편한 수단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결제방식 다양화와 대체 수단 덕에 카드 없는 삶이 불가능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신용카드는 생활 영역 전반에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한번 통감했다.
물론 카드계 종사자들이 쉽게 '결제 셧다운'을 결정하진 못할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신용카드 없이 생활한 이틀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신용카드의 편리함과 변화되는 신문물 등을 되새겨 볼 수 있는기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