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1일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수영 기자
[프라임경제] 국내 대표 정유·화학 기업 SK이노베이션(096770)이 30조원을 들여 배터리 사업 규모를 늘리고, 폐배터리는 재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등 '친환경 기업'으로 변신을 꾀한다. 사실상 '탈정유'를 선언한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는 '스토리데이' 행사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5년까지 그린(친환경) 사업에 총 3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유·화학 기업에서 친환경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 사업보고서를 보면, 전체 매출에서 석유·화학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1%에 달하는 반면 친환경 배터리 사업은 5.7%에 그친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중심을 탄소에서 그린으로 옮겨 회사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며 "그린 비즈니스에 들어갈 30조원은 지난 5년 동안 SK이노베이션이 투자한 규모보다 2배가 넘는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투자에 따라 그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6%에서 2010년 30%, 2025년에는 70%까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제로)으로 만들겠다는 '넷제로'를 강조해왔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2050년 이전에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사업별로 보면 정유·화학 사업은 저탄소 제품으로 전환하고, 배출량 감소를 위한 유망 기술을 확보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단계적으로 감축을 진행한다. 2030년에 50%를 줄이고 2050년 이전까지 100%에 도달할 전략이다. 배터리와 소재 사업의 경우 2035년으로 설정했다.
또한 넷제로 달성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고, CEO 평가 보상에도 반영키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인터배터리2021 부스 전경. =이수영 기자
◆배터리 생산 늘리고, 폐배터리는 재활용
친환경 기업을 선언한 SK이노베이션이 가장 밀고 있는 사업은 단연 '배터리'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수주잔고 1테라와트(100만MW)를 달성했다고 공개했다. 테라와트 이상 수주한 기업은 글로벌 상위 두 개사 정도로 알려져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진행 중인 수주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잔고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며, "이것이 SK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서 화재사고가 한번도 없었던 이유이자, 수주가 급격히 증가한 배경이다"라며 "내년 말에는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업계가 예상한 배터리 사업 부문 분리와 별도 법인 설립도 공식화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과 석유개발사업(E&P)에 대한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분할과 함께 연내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흑자전환도 기대를 모은다.
김 총괄사장은 "EBITDA 기준 올해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까지 각각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배터리2021 관람객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설명을 보고 있다. =이수영 기자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생산 규모를 크게 늘린다는 방침이다. 특히 핵심소재인 분리막 생산능력은 2025년까지 지금의 세 배인 40억㎡로 늘린다.
지 대표는 "배터리 생산규모는 현재 40GWh 수준에서 2023년 85GWh, 2025년에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도 늘기 마련이다. 이에 폐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 지 논란이 일며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상황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원재료인 리튬 채굴시 발생하는 탄소를 40~70%정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토대로 내년부터 시험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2025년 기준 연간 30GWh의 배터리를 재활용해 이 사업에서만 약 3000억원의 EBITDA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다.
더불어 ESS(대용량에너지저장장치)와 플라잉 카, 로봇 시장으로 배터리 사업영역을 넓힌다. 배터리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BaaS(Battery as a Service) 플랫폼 사업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은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드는 도시 유전 사업 모델을 도입한다.
2027년까지 국내외 생산한 플라스틱 전량인 연간 250만톤 이상을 재활용하고, 친환경 제품 비중을 100%로 만들겠다는 그림이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라며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에 해당하는 물량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