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0년 전인 2011년 5월17일, '역외탈세'라는 평소에는 일반인들이 별로 관심 가질 주제가 아닌 이슈가 신문지상을 장식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사업에 성공해 1조원 넘는 부를 축적한 글로벌 자산가로 평가받던 차용규씨를 상대로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시작한 것인데요. 명목이 바로 역외탈세였죠.
경기고등학교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028260)에 입사해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던 차씨는 왜 거부가 됐고 또 탈세 논란으로 정조준 당했던 것일까요?
◆역외탈세는 무엇? 선박왕과 완구왕도 함께 도마에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던 그는 1995년 카자흐스탄의 최대 구리 채광·제련업체 카작무스의 위탁경영을 맡게 됐습니다. 2004년 삼성물산이 카작무스에서 철수하자 지분을 대거 인수한 후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 큰 부를 축적한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샐러리맨 신화' 내지 '국위 선양'인 것 같은데요, 역외탈세라는 명목으로 당국의 정조준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금을 정확히 부과하는 건 쉽지 않은데요. 첫째로 여러 나라에서 사업을 벌이거나 재산을 두게 되면 세금을 이중으로 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중과세방지협정 등 외교적 노력으로 이를 풀기로 각국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실무상 두 번 세금을 물리고 내는 문제점은 해소하고 있는데요.
반대로, 다른 나라에 적을 두고 실질적인 거주국에선 세금을 내지 않는 문제에는 많은 나라가 여전히 골치를 썩이고 있죠. 이른바 '세금 망명 논란'이죠. 숀 코너리가 영국의 높은 세율을 피해 세금 천국 바하마로 이주해 버렸던 일이 대표적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다른 나라로 적을 완전히 옮겨 버리면 그나마 모를까, 많은 시간은 한국에서 보내고 세금은 다른 나라에서 싼 세율로 낸다면 그건 정의관념에 반하겠죠. 실질적 연고국이 여전히 세금 부과 권한을 행사해야 하지 않냐는 게 복잡한 역외탈세 논리의 기틀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선박왕' 권혁씨, 미국에서 장난감으로 크게 성공한 '완구왕' 박종완씨나 '구리왕' 차용규씨 등이 모두 세금이 적거나 없는 곳에 거주하면서 한국 당국에 내는 세금을 줄였다는 비판을 받았던 인물들입니다. 이들은 국세청의 겨냥 더 나아가 검찰 수사를 받는 등 고생을 했지요.
권씨의 경우 작년 12월, 국세청이 고액·상습체납자로 지정, 공표해 버렸죠. 고액·상습체납자 6965명과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등의 명단을 발표할 때 그의 이름을 올려놓은 것인데요.
미국에서 '비니 베이비'로 명성과 부를 얻었던 박씨의 경우는 당국의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결국 명예를 회복하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세무 당국에 이어 검찰의 강공 드라이브로 밀리는 듯 했지만(일선 법원에서도 탈세 혐의에 유죄로 인정, 실형 선고가 나오기도 했죠) 2018년 1월, 2000억원대 조세 소송에서 이기면서 길고 복잡한 소송 전쟁의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차씨의 경우 이들보다 더욱 드라마틱합니다.
◆치열한 인수 자금 성격 전쟁, 결국 무혐의
심지어 '비자금' 문제까지 엮여있다는 의혹이 부각됐었거든요.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그야말로 평범한 회사원이 일약 기업체 인수 후 거부를 쌓은 경우라서, 과정에 보통 사람으로서는 잘 이해 안 될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인수 자금을 놓고 '헐값 매각'과 '삼성 비자금'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것도 그런 사정 때문이지요.
차씨는 문제의 업체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조세피난처 등에 서류상 회사를 만들어 국내 부동산과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인과 자녀도 역외탈세 문제가 불거진 당시에 한국에 함께 거주를 했다고 하고요. 그런 점에서 세무 당국과 수사 당국이 그를 주시하게 됩니다.
국세청에서 단순히 세금 문제로 건드리고 이를 검찰에서 법리적 재판 단계로 가져 간 게 아니라, 국세청부터 이 전체적인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덮쳤다는 소리가 없지 않았죠.

삼성바이오로직스 현장을 찾은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삼성 직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이재용 승계의 든든한 버팀목에서 현재 수사의 단초로 전락한 상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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