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문제와 관련, 소비자 보상 추진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권고안 대신 자체적 대응으로 가닥을 잡았다. 소비자 피해액은 자체 기준을 마련해 돌려주되, 이 비용을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 등에 청구해 돌려받겠다는 복안.
◆'옵티머스 몽니' NH투자증권 '어렵게 쥔 IB 낙수효과 못 잃어'
이처럼 당국과의 정면 대결도 불사하는 상황은 개인 피해액이 이번 1분기 영업이익에 비견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어렵게 IB 영역에서 돈을 벌어들인 것을 상쇄해 버리기엔 너무 아깝고, 심지어 증권계는 지금 하나대투 등 초대형 IB 추가 대두 가능성 등으로 파이가 작아질 우려도 하는 터라 한 푼이 아쉽다.
비슷한 케이스로 꼽히는 라임 당시에는 여러 판매사들이 비슷한 규모로 펀드를 판매했고, 신한이라는 대형증권사에 구상권 청구가 가능한 '플레인한 구조'였다. 분쟁조정위원회 의견 수용이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얘기다.
반면 옵티머스의 경우 현재까지 유일한 구상권 청구대상인 옵티머스운용이 공중분해된 터라 NH투자증권은 '쉐도우 복싱'을 해야 할 상태다.
펀드청산 과정도 험난하다. 옵티머스운용의 부실펀드를 이관하기 위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지만 이 또한 NH증권이 대부분을 떠맡을 수 있다. NH 측으로서는 가교운용사 설립을 해결책으로 기대한다. 이 과정에서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에 참여를 이끌어 내려면, 소송전으로 하나은행을 난타할 필요 또한 높다.
◆하나은행 가교운용사로 끌어내는 방편? '소송은 거들 뿐'?
따라서 용어 하나 하나를 선별해 돌다리를 두드리듯 일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계에서는 나온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이 지난달 옵티머스 대책과 관련해 진행한 이사회에서는 '착오'라는 용어가 많이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착오론을 어떻게 공격하고 어떤 식으로 깰지 서로 치열하게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하는 구도다. 2017년부터 진행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계획적인 범행(즉 사기 주장)일 뿐, 처음부터 불가능한 투자구조였다는 식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다.
이렇게 불가능 주장을 통해 착오의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논리를 펴고 이것이 사법부에서 인용된다면 '이번 1Q 수익 통째로 공중분해' 같은 눈물나는 지출을 방지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이 같은 대책을 세우고 재가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문건 제작이나 검토 등 수준을 보면 이는 NH투자증권 개별 계열사의 판단이 아니라 NH농협금융 전체가 뒷배로 나서는 수준이라는 풀이도 뒤따른다.
◆계열사 작품 아닌 그룹 사활 건 게임? 그런데 대응책 갑론을박
이미 2017년부터 공공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로 정상환매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은 NH투자증권에 유리한 정황이다. 아울러 NH투자증권으로서는 자신이 이 상품을 취급하기 전부터 다수의 금융회사를 통해 판매된 상품이란 것을 부각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판매 전 수 차례의 검사 과정에서도 상품의 '실재'성격이 문제된 적이 없었다는 점도 NH 측으로서는 강변해 볼만한 대목이다.
그러나,당국의 논리는 다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옵티머스가 투자자산이라고 설명한 '공공기관 확정매출채권'의 성격을 비판적으로 짚었다. 만기 6개월 또는 9개월 이상으로 운용하는 펀드의 주요자산으로 편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투자제안서상 기재된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확인한 결과 기성공사대금은 관련 법규에 따라 '검사완료 후' 5일 이내에 지급하므로 건설사 등이 발주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확정매출채권을 양도할 실익이 없고 실제 사례도 없다는 것.
이렇게 되면, 사기를 당해서 팔았을 뿐이라는 NH 측 이야기는 조금 금이 가게 된다. 그러면 지금 착오 여부를 검토할 때가 아니지 않냐는 소리를 막을 수 없는 것.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 문제를 다룬 펀드 사건의 판례가 있을까? '항공기 신규노선 운항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의 펀드가 있었는데, 이 펀드의 투자제안서 내용의 아주 몇몇 글자에 불과한 자구를 놓고 '자구 해석' 시비가 붙었고, 대법원까지 올라간 일이 있다.
한 변호사는 이 판례를 적용해 해석해 달라는 요청에, NH 측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설명을 잘못한 것이 사실이라는 전제를 둔 판단으로 읽힌다. 실제로 NH 측이 사용한 문서 성격을 놓고, 명칭이 어떻든 평범한 일반인(고객)에게 사용됐다는 점에 방점을 찍은 해석과 어디까지나 내부(직원용)문서에 문제가 있다는 해석이 맞선다.
같은 판례를 보더라도 입장이 다를 수 있다. 다른 변호사는 착오론을 적용할 때 내부용으로는 문제 삼기가 쉽지 않다며 증권사 손을 들어줬다. 투자설명서가 아니라 내부직원용 문서에서 상품 특성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회사는 당연히 내부용임을 강조하고 이 논리를 받아들인 셈이다.
그런데 또다른 변호사의 주장이 이채롭다.
◆원시적 불능론까지…하나은행은 '이탈리아 펀드' 시비에 항복
그는 이 같은 사기를 당했다는 논리와 원천적으로 못 팔 조건의 채권을 기반으로 한 상품을 금융전문가가 판매한 경우의 채임 논리에 대한 검토 질의에 "개괄적인 설명이라 판단이 조심스럽다"면서도 "원시적 불능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전문 금융기관에서 이상한 채권을 다룬 판매 상품을 덥썩 진열대에 올린 셈이다. 착오나 사기를 이야기하는 경우보다는 훨씬 불리해질 것"이라고 중간평가를 내렸다.
다른 법조인은 "지난 봄, 하나은행이 빚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면서 원래부터 다룰 수 없는 채권을 기반으로 상품을 설계하고 그걸 또 판매하는 경우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헬스케어 펀드는 기반 채권 문제로 워낙 말이 많았고, 결국 라임 등 다른 건과 같이 하나은행이 한꺼번에 (당국 권고를) 수용하고 털어낼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투자매매업자가 아닌 투자중개업자라고 해석, 빠져나갈 여지를 넓히려는 NH투자증권의 논리에도 "생각해 볼만한 방어 방법" 내지 "궁색한 논리"라는 등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자본시장법 해석을 완전히 아전인수 식으로 하고 있다"는 맹비난을 한 법조인도 있다. 투자금이 투자중개업자에게 귀속되지 않음을 전제로 한 만큼 투자금의 수령주체는 NH투자증권이 아닌 옵티머스운용이라고 주장하면, NH투자증권은 돈을 물어줄 필요가 없다. 투자금을 수령한 주체가 아니므로 손실을 보든 말든 일명 '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지만, 이는 판매에 나선 직원 더 나아가서는 그 금융회사의 전문성 자체에 혼동이 오는 처리라는 소리다.
"이렇게 법리를 구성하면, 자기들은 '지게꾼'일 뿐이라는 처참한 소리가 되는데, 대체 누가 이런 '스스로 먹칠하는' 논리를 짜겠나? 증권사 자체적으로 내놓을 수는 없고 금융그룹 차원에서 검토하고 재가하지 않았겠는가?"라고 그는 짚었다. "그렇게 나온 답치곤 정말 좋지 않다"고 자승자박 우려도 덧붙였다.
그 효과나 파장에 대해서 한 젊은 시중은행원은 "남의 회사나 은행 일에 왈가왈부하기 쉽지 않다. 다만 판매를 해 놓고 그렇게 빠져나가면, 사고 하나만 놓고 보면 수습 대책일지 몰라도, 별로"라고 봤다. "아마 다시는 그 금융그룹 계열사하고는 거래 안 한다는 소리가 시장에 퍼질 텐데"라는 이유에서다.
고급 전문가들이 내밀한 자료와 엄청난 논리 검토로 고위층 판단을 돕는 건 우수한 조직이 가진 힘이다. 그러나 케네디 행정부의 '피그만 사건'처럼 그런 전문가 판단이 상식적으로 이상하고 또 현장 적합성도 나쁜, 결과론적으로 잘못된 일을 빚기도 한다. 이번 옵티머스 펀드 강경론을 보는 우려들이 주는 시사점이 없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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