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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에 즈음하여

이용섭 국회의원 특별기고

김성태 기자 | kst@newsprime.co.kr | 2008.06.02 13:55:05

국정쇄신의 열쇠는 대통령이 국정운영방식을 바꾸는 것


   
 
  △이용섭 국회의원(민주당,광주광산을)  
국정쇄신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몇 명의 장관과 조직체계를 바꾸고 개별 문제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는 해법으로 오늘의 이 사태를 해결하려 한다면 앞으로도 국정난맥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결국 국정쇄신책의 해법은 고위직 인사난맥, 한반도 대운하, 영어몰입식 교육, 혁신도시 재검토, 공공기관 민영화, 광우병 파동 등 지난 100일 동안의 정책파행 원인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오랜 공직경험에서 바라본 내 진단은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다. 지금의 촛불집회는 쇠고기협상 파동이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했지만, 국정혼란과 민심이반의 본질은 시대흐름과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대통령의 총체적 리더십에 있다. 참모들에게도 분명 문제가 있지만 현행 대통령책임제하에서 이들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대통령의 생각과 인식이 변해야 한다.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하는가?

첫째, 대통령은 ‘대한민국주식회사의 CEO’라는 생각을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대통령은 스스로 대한민국주식회사의 CEO라고 즐겨 얘기한다. 그래서인지 그간 정책들의 추진방식을 보면 회사 종업원에게 지시하듯 어느 날 갑자기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상의하달식 산업시대 기업운영방식이다. 기업의 경우 CEO가 결정해서 지시하면 직원들은 따라야 한다. 종업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지 종업원이 아니다. 정부가 모든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몰아세워서는 안된다.

사회적 가치와 국민적 통합을 중시해야 하는 대통령의 역할은 이윤창출과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기업CEO와 크게 달라야 한다. 기업CEO는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제일의 가치이지만 대통령에게는 사회적 신뢰, 정의, 청렴, 법과 원칙의 준수, 정직 등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축적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이다.

정직하고 정의롭게 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뢰와 모범을 보여 주면 경제주체들이 이를 토대로 최선을 다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발전하게 된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훗날 대통령이 되고 장관이 되려면 정직하고 법과 원칙을 지키라고 얘기할 수 있는가? 사회적 자본이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바다생태계에서 갯벌이 중요한 것처럼 사회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이다.

장관 등 고위공직을 CEO가 회사임원 임명하는 것처럼 대통령 마음대로 임명해서는 곤란하다. 장관은 국민의 공복이기 때문에 주인인 국민의 뜻이 인사에 반영되어야 한다. ‘강부자’내각이나 ‘고소영’인사가 잘못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한 회사방침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지만 국가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많은 지역주민들이 혁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정부발표를 믿고 의사결정이나 경제행위를 해왔는데 정부가 바뀌었다고 어느 날 갑자기 정책이 바뀌면 사회적 비용은 그 얼마이고 누가 정부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회사는 업무성과에 따라 차별대우하는 성과관리시스템에 의해 운영되지만,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낙후된 지역에 대한 균형발전을 통해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만약 지지계층 우대위주의 인사와 정책을 한다면 이 역시 CEO적 리더십이다.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찍었든 이대통령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받드는 것처럼 대통령도 자기를 지지했든 안했든 모든 국민을 차별 없이 포용하는 큰 정치를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갈등과 마찰의 시대에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있다.

   
  국정혼란과 민심이반의 본질은 시대흐름과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대통령의 총체적 리더십에 있다.  

둘째 대통령은 시대흐름과 국민에게 보다 겸손해야 한다.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 이것은 역사적 교훈이다.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의 메가트랜드(Mega Trend)는 속도와 변화가 경쟁력의 원천이고 국민주권시대란 점이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대운하나 수도권중심 국토정책들은 과거 산업시대 발전전략들이다.

또한 정부는 말로는 국민을 섬긴다고 하지만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더 문제는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계속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대운하만 보더라도 처음에는 물류를 강조하다가 비판이 일자 관광, 지역개발, 뱃길복원에 이어 치수와 물관리로 변신을 거듭하여 지금은 4대강 살리기로 이름을 바꿔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관 등 정무직은 일반 직원과 달리 업무상 책임 외에도 도의적이고 정무적인 책임까지 져야하는 중차대한 자리인데도 성남 민심과 국민들의 분노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책임을 묻는 사람도 없다. ‘쇠고기수입 장관고시’ 강행 역시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의 자세라기보다는 미국과의 이해관계만을 중시하는 기업가적 사고의 발로이다. 정부가 결정하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시대흐름과 국민에게 너무 오만한 자세이다.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셋째 대통령은 성공함정(success trap)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미국의 사회비평가 앨빈 토플러는 미래성공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과거의 성공경험이라고 했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도 과거 성공했던 방식을 고집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특히 기업 CEO로서 수많은 성공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직책에 맞게 철저하게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를 하고 혁신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러한 과거 경험들이 대통령으로 성공하는데 오히려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청계천에서 성공(?)했다고 대운하도 성공하리라고 생각하면 이 역시 성공함정에 매몰된 것이다. 아무리 화려했던 성공경험이라 하더라도 여건이 바뀌었으면 버려야 한다. 비우고 버리는 것이 바로 혁신적 리더십의 출발점인 것이다.

넷째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경쟁대상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이명박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압승했다. 승자에게는 겸손과 포용이 있어야 한다. ‘반노무현’의 틀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국익’과 ‘실용’차원에서 공정투명한 인사와 정책을 펼쳐야 한다. 참여정부에서 임명되었거나 채택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공기업의 기관장들을 교체하고 정책들을 바꾸게 되면 또한 그러한 역사가 5년마다 반복되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나는 야당 국회의원이지만 이명박정부가 잘 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와 속도의 시대에 5년은 산업시대의 20년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100일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자위할 일이 아니다. 시작이 잘못되면 두고두고 문제가 생긴다.

국회의원 이용섭(통합민주당, 광주 광산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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