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이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최근 상속세를 마련키 위해 시중은행서 수 천 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국내 굴지의 기업 상속인들은 막대한 상속세액 납부를 위해 지주사 우선주 등을 담보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게 일반적이라서, 업계에서는 삼성 일가 역시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유족의 선택은 신용대출이었다. 이로 인해 주식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을 결정한 배경과 관련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일가가 고 이건희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를 마련하고자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30일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유족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는 시중은행 2곳을 상대로 수 천 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았으며, 상속세 납부 마감일인 이날 승인받았다.
현재 삼성 일가가 신청한 신용대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제1금융권 은행 두 곳에서 각각 2000억원 가량을 대출받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부회장 등 삼성 일가가 신용대출을 신청한 2곳의 은행은 최근 '여신(대출)심사협의체'를 열고 특별 승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여신심사협의체가 특별 승인을 하면 은행 내부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금리와 대출 한도 등이 일반 대출 기준과 무관하게 결정된다.
은행은 이번 대출에 대해 보유 주식 등을 '견질(見質) 담보'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견질 담보란 은행 규정상 정규 담보로 인정되지 않는 것들을 담보로 잡는 경우를 말한다.
이처럼 은행이 이례적으로 견질 담보를 설정, 대출 승인을 내린 데는 삼성 일가가 매년 1000억원 이상 배당을 받고 있어 상환 여력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 일가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특별 배당을 결정하면서 1조3000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았다. 특별 배당이 없었던 해에도 삼성 일가는 정기 배당금으로만 약 8000억원 정도를 배당받은 바 있다.
삼성 일가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매년 6차례에 걸쳐 2조원씩 상속세를 나눠 낼 계획이다. 상속세 납부 및 신고 기한인 30일까지 약 2조 원을 우선 납부하고, 남은 10조 원은 5년 동안 분납해야 한다. 5년 동안 연 1.2% 이자가 더해진다.
따라서 이번 신용대출은 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특별배당금과 더불어 부족한 상속세액을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보유 중인 삼성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아닌 신용대출을 받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일가가 삼성 계열사 지분이 높지 않은 상황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주식을 담보로 내놓는 것에 부담을 느껴 이 같은 선택을 내렸을 것으로 추측했다.
다만, 올해의 경우 특별배당금과 신용대출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했지만 앞으로 내야할 상속세가 10조원 가량 남았으며, 여기에 분할 납부에 따른 이자와 신용대출의 원금 및 이자 등에 대한 부담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는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