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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사면 두고 부딪친 '역할론'과 '원칙론'

"반도체 강국인데…자리 뺏길 수도" vs "이럴 때일수록 원칙 흩뜨리지 말아야"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1.04.23 13:22:17
[프라임경제] 글로벌 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 사태 해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이 부회장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정재계와 종교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론을 앞세워 사면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 인사들은 원칙론을 내세우며 일각의 주장들을 전면 반박했다. ⓒ 연합뉴스


실제로 경제 5단체를 비롯해 종교계, 일부 정치권까지 이 부회장의 사면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 지연은 우리나라 반도체 경쟁력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그 원인으로 이 부회장의 부재를 지목, 사면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백신 반출에 대해 선을 긋자 "백신 특사로 (이 부회장이) 나서야 한다"며 이 부회장 역할론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여당 인사들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면서 이 같은 주장들에 전면 반박하고 있다. 

◆경제 5단체, 조만간 사면 건의서 제출 

23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는 이르면 다음 주 중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키로 의견을 모았다. 

건의서는 경총이 대표로 작성하고, 나머지 단체가 회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건의서에는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한 우려와 함께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 자리에서 홍남기 부총리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건의했다. ⓒ 연합뉴스


이에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총리·경제 5단체장 간담회에서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일부 정치권을 비롯해 종교계에서까지 제기됐다. 

먼저,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19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이제라도 백신 확보에 비상한 각오로 절박하게 매달려야 한다"면서 그 방안 중 하나로 정부에 이재용 부회장의 긴급 임시석방을 제안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 협의회도 20일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와 법무부장관, 헌법재판소장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재용 사면'을 촉구하는 이들은 2019년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규제 사태 당시 일본 정·재계의 인맥을 통해 역할을 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면서, 백신 확보와 글로벌 반도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 이 부회장 사면 관련해 말 아껴

이처럼 정재계와 종교계에서까지 이재용 부회장 '역할론'을 앞세워 사면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최근 경제 회복과 관련된 의견 청취를 위해 가진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있었다"며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어서 관계기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라디오에 나와 이재용 부회장 사면 관련 질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임을 우회적 답했다. ⓒ 연합뉴스


여당 인사들은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정세균 전 총리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부회장 백신 특사 역할론 관련 질의에 "그 문제를 사면과 연결시키는 것이 지혜로운가는 잘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전 총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를 언급하면서 "이 회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미 정부와 협력을 하고 있다"며 "(그 협력은) 비공식적이지 않고 저도 그분들의 협조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씀드렸다. 그분들의 역할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고 첨언했다.

윤건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22일 MBC 라디오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하자는 의견에 대해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흩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날 윤 의원은 "죄를 짓고 감옥에 계신 분을 소위 말해 '백신 구해온다고 사면해 줄 거냐'는 문제가 있다"며 "지금 수급 계획엔 흔들림이 없다.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있는데, 팩트 그대로 가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 백신 스와프를 타진해보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각도로 하고 있으니 이런 부분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말고 '차분하게 믿고 기다려주십사'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할론'에 따른 사면 요구와 여당 인사들의 '원칙론'이 팽배하게 맞선 가운데, 특별 사면 의사 결정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초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못 박은 바 있어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선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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