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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판단' 법원, 위안부 배상 2차 소송 각하…日 주장 수용

"추상적 기준 제시해 예외 창설 부적절…문제 해결 위한 외교적 노력 이뤄져야"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1.04.21 15:46:07
[프라임경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첫 번째 소송 역시 잘못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를 향해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해 달라"고 촉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민성철)는 21일 고 곽예남 할머니 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이날 재판부는 "현시점 국제관습법과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다"며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에 대한 재판권을 갖는지 여부에 대해 한국 헌법과 법률, 이와 동일한 효력 갖는 국제관습법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재판부는 그간 일본 정부가 주장해오던 국제법상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국제관습법인 '국가면제(주권면제)'을 수용,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국제관습법과 달리 예외 범위 확대할지,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지는 외교부가 사실조회 결과에서 밝혔듯 대한민국과 외교 정책 국익에 잠재적 영향 미칠 수 있는 사안이어서 행정·입법부의 정책 결정이 선행됨이 타당하다"며 "이런 의사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법원이 매우 추상적 기준만 제시해 예외를 창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국가면제를 이유로 각하된 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들면서, 국가면제를 부정하면 선고와 그 이후 강제집행 과정에서 외교적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내용과 절차에 하자가 있긴 하지만 그 효력을 부정할 순 없다며, 이 합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대체적인 권리 구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국가가 그동안 기울였던 노력과 성과가 피해자들이 오랜 시간 겪어온 고통과 피해를 회복하기엔 미흡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일 사건에 '승소·패소' 두 가지 판결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은 2016년 12월28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첫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은 2019년 3월 법원의 '공시송달' 명령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이 서류를 받았다는 사실 확인이 어려운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관련 내용을 일정 기간 게재해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재판 과정에서 원고 측 대리인단은 "이 사건이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의 예외로 인정된다"며, "한국 법원은 일본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정곤)는 이러한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이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의 예외로 인정된다며,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한 사람당 1억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선고 당일 공시송달됐으며, 1월23일 확정됐다.

그러나 한국 법원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동일한 내용의 소송을 두고 첫 번째 소송과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첫 번째 소송에 대해 일본 정부 측은 무대응해 판결이 확정됐지만, 이번에는 다른 판결로 같은 사건에 대해 승소와 패소 두 가지 판결이 존재하게 됐기 때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법정을 나서는 모습. ⓒ 연합뉴스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너무 황당하다"면서 국제사법재판소에 위안부 문제를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원고 측 대리인 역시 재판부 각하 결정에 대해 "인권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할 법원이 행정부와 입법부에 모든 책임을 돌렸다"며 "할머니들과 논의해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말 아낀 日 정부 "내용 분석이 우선" 

일본 정부는 21일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두 번째 판결에서 '주권면제'(국가면제)가 인정돼 각하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판결내용을 분석해야 한다"면서 직접적인 논평을 피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이 이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두 번째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패소 판결에 대해 직접적인 논평을 피했다. ⓒ 연합뉴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같은 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에는 올 1월8일의 판결과 다르게 나왔다"며 "내용을 정사(정밀분석)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선 정부 차원의 코멘트를 삼가겠다"고 말했다.

가토 장관은 주권면제를 인정한 이번 결정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판결 내용을 확실히 분석하지 않은 상황에선 코멘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해서 한국이 국가적으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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