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부동산 시장과 힘겨운 샅바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윤곽을 드러낸 초장기 정책모기지 상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심성 정책 지원에 불과하다는 논란과 함께, 과연 자금조달에 어떤 안정성이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국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첫째, 청년·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만기가 최장 40년인 주택담보대출을 도입해 매월 갚는 원리금 상환 부담을 축소한다. 예컨대 40년 만기 모기지로 연 이자 2.5%로 3억원 대출을 받으면 30년 모기지를 활용할 때보다 16% 넘게 부담이 감소하는 것.
아울러 상반기 중 청년 전·월세 대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청년 전·월세 대출은 만 34세 이하 청년에게 2% 초반 금리로 7000만원 이하의 보증금과 월 50만원 이하의 월세를 지원하는 상품이다.
또 금융위는 현재 4조1000억원으로 정해진 공급 한도를 폐지해 청년층 수요에 맞춰 대출을 충분히 공급하고, 1인당 이용 가능 한도도 높이는 방안 등도 검토한다.
◆화수분도 아닌데 '문제는 자금'…해결사는 30년물 MBS?
가장 시선을 모으는 부분은 역시 외화내빈 우려다. 이는 자금 준비의 실효성과 마약성 정책이라는 두 가지 지적 모두를 꿰뚫는 개념이다. 일단 40년짜리 대출을 얻어 평생 빚을 갚다 은퇴가 가까운 노년에서야 풀려난다는 일각의 비판은 차제에 논하기로 하자. 정책은 좋으나, 과연 현재의 재정 상황 등 국가경제가 전반적으로 이를 받아낼 체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수영 금융위 가계금융과장은 "기본적인 정책모기지 요건을 갖춘 청년·신혼부부에 해당하면 최장 40년까지 모기지를 이용할 수 있다"며 "지난 1월 발표한 업무계획에서 하반기에 시범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구애받지 않고 올해 안에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조속히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그 바탕에는 30년 만기 주택저당증권(MBS)이 있다. 초장기 모기지 공급을 위한 전제 조건은 먼저 고정금리로 장기 자금조달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인데,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을 초장기물로 내놓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공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30년 만기 MBS를 발행한 바 있다.
여력은 일단 충분해 보인다. 당국에서는 시장의 반응을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주금공의 30년물 MBS 발행 시 매번 2배에서 8배 정도 응찰률을 보이는 등 향후에도 조달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망하기에, 이번 40년 모기지 추진이 가능했다는 풀이다.
MBS를 시장에서 모두 달갑게 무한정 받아내는 게 아니지 않냐는 의문도 없지 않다. 그 차이점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가 향후 있어야 한다는 요청이 제기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고, 또 역시 이번 40년 모기지·30년 MBS의 묘미도 이에 기반한다.
◆은행권 난색 5년 전 상황 참고? 장투 기관이라는 '흑기사' 어디에

주택 시장이 불안정하다. 이런 가운데 초장기 주담대를 역시 초장기 MBS에 힘입어 추진하자는 거대한 정책 실험이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사진은 아파트와 연립, 개인주택이 뒤섞인 어느 동네의 전경. ⓒ 프라임경제
주금공이 40조원 규모 MBS 발행 타진을 하고 은행권이 골머리를 앓는다는 이야기가 나돈 적이 있다. 불과 만 5년 전의 이야기다(2015년). 이는 주금공과 은행이 금리 인상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서로 MBS를 보유하지 않으려 한다는 눈치 게임 상황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던 점을 되짚어 보면 이번 상황에 대한 반면교사가 가능하다.
MBS 공급 물량이 은행 수요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논란, 특히 장기물이 인기가 없다는 소리는 왜 나왔었을까?
향후 금리 변동 가능성은 물론, 은행별로 짜인 채권투자 포트폴리오가 완전히 어그러질 수 있다는 걱정도 겹쳤다.
이번 초장기 MBS 이슈는 이때와 어떻게 다를까? 주금공이 이미 지난해부터 몇 번 MBS를 내놓은 바 있고, 그에 대한 시장 반응(받아내는 능력)이 좋았다는 점을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가을만 해도, 발행 물량이 적어 아직 30년물 MBS에 대한 적정 금리 레벨을 추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유효했다. 향후 30년물 발행 일정과 성사 여부에도 관심 더 정확히는 걱정이 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이 우려가 덜어졌다는 것이다.
장기투자자가 30년 MBS에 관심을 갖는 시그널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에는 장투 기관 주력 참가자가 누구냐, 즉 장투 기관 구성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의 역할론을 거론한다. 그런데, 보험사의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기준 문제라는 미래 이슈도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연결되는 것이어서 흥미를 배가시킨다. MBS 만기를 늘려가는 방향이 보험사 입장에서 좋다는 풀이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IFRS 17 시행은 일단 숨고르기가 있기는 했지만 무한정 연기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다. 2023년 IFRS17 시행으로 일단 시간표가 늦춰졌는데, 이에 대비해 금명간 보험업법 개정이 추진 문제가 대두되는 등 상황이 분주하다.
많은 설왕설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은 한국 보험업의 재무건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런데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IFRS 17은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 필수적 전제다. 바꿔 말흐면, 이 제도가 시행되면 과거 고금리로 판매한 저축성 상품이 많은 국내 보험사들의 보험부채가 크게 증가하는 게 불가피하다. 이를 해결하는 길이 숙제다.
이런 터에 보험사, 즉 보험사 내부의 채권 운영부서들이 주금공 초장기 MBS를 바구니에 담으려 나서는, 더 나아가서는 향후에도 이런 '투자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냐는 이야기다. MBS 만기를 늘려가는 방향이 정책 추진을 위해 뛰어야 하는 당국 못지 않게 보험사 입장에서 좋다는 이야기가 성립될까?
이에 대한 조언은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이다. IFRS17 도입 전까지 단계적으로 듀레이션을 늘려야 하는 것 때문이라도 장기물 수요가 계속 생길 것으로 추정하는 시각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주금공이 내놓은 30년물 등 전반적으로 초장기물을 장투 기관에서 담는 것 같다는 신호에서 보험사 역할론 즉 30년물을 입찰에서 가져가는 등 방향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IFRS17 대응책이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 금리와 향후 글로벌 경제 전망도 겹친다. 미국 정부 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대에 이어 돈을 푸는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갈 것으로 일단 가닥을 잡았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조 바이든 신임 대통령도 시장에 유동성이 너무 넘친다는 상황에서 고삐 죄기를 하기 보다는, 경기 회복 동력을 일단 확실히 공급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초장기 경제 동향을 모두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고 변수가 많으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유지될지를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일부 도움이 된다. 2017년 3분기경 장기채의 동향과 초장기 커브 역전 등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한 장투 기관의 우려와 선택 문제를 유심히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때 국고채 10년·20년·30년물 역전이 뚜렷해지는 양상이 연출됐는데, 이런 커브 역전 구도는 30년물은 금리 역전 수준 때문에 부담스러우니 20년물을 담는 쪽으로 장투 기관이 움직였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보험권 '자기 이익 위해' 보이지 않는 손 역할, 그래도 당국은…
리먼 사태 여파를 좀처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뉴노멀에 코로나19 경제 마비 상황까지 겹쳐 사상 유례없는 침체가 초장기화될 수 있지 않냐는 공포감은 전혀 현실성 없는 것이 아니다. 이런 터에 보험권 등 장투물을 반길 만한 이들이 존재하는 상황, 특히 한국 보험업계에서는 IFRS17 국면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포트폴리오를 다듬어야 하는 문제가 부동산 문제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마중물이 되어주는 '외부효과'로 작용하는 셈이다.
그런데 보험업계가 자기 문제 해결(IFRS17 대비)에 나서는 것인 만큼, 언제까지 이런 노력이 이어질까? 보험권의 자산 듀레이션 평균은 2019년 8.84년에서 2020년 9.96년으로 약 1.1년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적인 필요성 규모를 고려하면, 올해와 내년에도 보험사 자산듀레이션은 연평균 1.3년씩 확대될 것이라고 금융권은 본다.
즉, IFRS17 도입 시 부채듀레이션은 현재 10년에서 14~15년까지 확대될 것인데, 바꿔 말하면 2022년까지도 IFRS17 기준 자산·부채 듀레이션갭이 2년 이상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초장기 MBS 가동이라는 마중물로는 일단 충분하다는 장밋빛 전망이 가능해 보인다.
'국부론'에서 양조업자나 푸줏간 주인의 호의가 아니라 순전히 자기 이익 추구 때문에 일반 소비자의 식탁이 풍성해진다고 설명했던 상황이 40년 모기지와 30년 MBS에서도 엿보이는 셈이다. 다만, 주택 정책 당국과 금융 당국이 이렇게 남의 손을 빌려 레버리지 게임을 하러 나섰다고 영원히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궤도 운행이 가능한 것일까? 향후 시장 관련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문은 유효하다.
또한 지나치게 장기간의 대출 상환에 노출된 이들이 상당 부분 부동산 시장을 받치는 상황도 중간중간 줄여가려는 '연착륙'을 준비해야 한다.
이들 덕분에 실제로 부동산 시장이 안착되는 물꼬가 터진다 해도, 장투 기관과 초장기 모기지 대출 수요자들의 동거가 빚어내는 달디단 물맛에만 안주하지 말고, 또다른 수원지 파기에 골몰해야 할 필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