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이 벌이는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최종 판결 이전에 양사가 합의할 가능성도 나왔지만, 결국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끝까지 간 모습이다. 업계는 이제 ITC 결정으로 인한 기업 영향이나 합의금 액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TC는 오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소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낸다. 한국시간으로는 11일 오전 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ITC는 당초 지난해 10월5일 최종 판결을 낼 예정이었으나, 세 차례 연기하며 오는 10일을 최종 판결 날짜로 잡았다.
최종 판결에서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 확정 △조기패소 판결 전면 재검토 △공청회 등 통한 추가 조사 등 크게 세 가지다.
지난해 2월 ITC는 포렌식 조사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문서 삭제로 증거를 훼손했다며 조기 패소 판정을 내린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이의신청으로 판결은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이번에 ITC가 기존 판결을 그대로 인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결과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게 되면 미국으로 배터리 제품 수입이 금지되고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가동이 불투명해진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배터리 사업 확장을 위해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해왔는데, 흑자를 보기도 전 사업이 수포로 돌아가는 셈이다.
반면 ITC가 조기패소 판결을 뒤집고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계획대로 미국 내 배터리 사업을 이어갈 수 있고, 조기패소 판결을 내린 행정판사는 사건을 다시 조사하게 된다. 소송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최종 결정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인용하되, 미국 내 기업이나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 공익성 부문을 추가로 고려하는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ITC는 공청회를 열고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사업이 공익에 부합할지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들은 뒤 금수(禁輸) 조치 여부를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ITC 판결 이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 장기전으로 돌입하면 승패 결과와 상관없이 양사 모두 부담이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미만의 합의금을 제안한데 반해 LG에너지솔루션은 수조원 규모를 요구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다만 합의까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은 물론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의 한국 위상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도 K배터리의 글로벌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며 하루 빨리 양사가 합의하기를 권고하기도 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ITC에서 패소가 확정되면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 포드와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를 주 고객사로 하고 있어 미국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대규모 손해배상까지 예상된다. 판결로 인한 효력은 60일 이후 발생하기 때문에 가급적 이 기간 안에 합의를 보는 편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는 시점을 전후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대승적 담판을 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ITC 판결 전 합의 가능성에 대해 "(말이) 통해야 논의를 하고 합의를 보는 건데 서로 생각하는 금액 격차가 크고 소송이 양측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며 판결 후를 시사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ITC의 결정에 따라 각자 협상력을 높여 다시 수싸움이 시작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