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난 11월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했기 때문인데요, 은행들은 추가 규제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은행들은 지난 10월 이후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축소하는 방법 등으로 가계 대출을 조여왔습니다. 하지만 대출 수요는 넘쳐났고 총량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국 마른 수건을 짜듯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했습니다.
10년 전에도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정부의 고민거리였습니다. 2010년 12월15일, 정부는 '2011 경제정책 방향과 과제'를 발표하면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당시 이렇게까지 목소리를 높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10년 전 정부는 '2011 경제정책 방향과 과제'를 발표하면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2010년 9월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896조9000억원에 달했습니다. 갈수록 부채는 증가하는데 이를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였습니다. 2009년 말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43%로 미국(128%)과 일본(112%)보다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금리 상승은 물론, 금융권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게 뻔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부랴부랴 가계 부채를 관리하겠다며 선제 조치에 나선 것입니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침이 나오자 금융권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실 정부는 그 전까지 우리나라 가계 대출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밝혀왔기 때문인데요, 그랬던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대출 총량 규제라는 카드를 꺼냈으니 금융권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예대율 등의 규제로 대출 증가속도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면서 정부와는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가계 대출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에는 공감했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차이를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계 대출문제는 우리 경제에 있어 여전히 골칫거리입니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1월 한 달에만 9조4195억원(657조5520억→666조9716억원) 급증했습니다. 10월 증가액(7조6611억원)보다 약 2조원 많은 규모였습니다.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금융당국이 지난 11월13일 연봉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 등에 대한 규제를 예고한 뒤 '규제 시행에 앞서 일단 받아 놓자'는 수요가 몰리면서 4조8495억원(128조8431억원→133조6925억원)이나 불었습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도 4조1354억원으로 466조2884억에서 470조4038억원이나 증가했습니다.
아울러 금감원은 가계대출 속도 조절에 실패해 연내 총량 관리 목표 달성이 거의 불가능해진 2개 은행을 지목하기도 했는데요, 이 2곳을 강하게 질책하며 개별 면담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다음 주부터 강화된 가계대출 관리방안 시행에 들어가는 가운데, 은행권이 스스로 신용대출 '조이기'에 들어간다. ⓒ 연합뉴스
결국 은행들은 자발적으로 대출 총량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9일부터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대출 상담사는 카드 모집인처럼 은행 외부에서 대출 상담창구 역할을 하며 실제 은행과 차주(돈 빌리는 사람)를 연결해주는데, 이들을 통한 대출 신청을 당분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우리은행도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지난11월 11일부터 중단했습니다. 우리은행 측은 올해 대출 한도가 3조3000억원이었는데 연말 한 달을 앞두고 소진됐다며, 조기 종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나은행도 조만간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대출한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듯 은행들도 나서서 대출을 줄이고 있지만 불만이 없는 건 아닙니다. 마치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은행의 공격적인 대출 때문이라고 정부가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그럼에도 은행으로선 대출 총량 및 리스크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입니다. 초저금리 기조에 부동산과 주식 등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대출 수요가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어서인데요,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정부 차원의 대출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은행들의 대출 관리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강제적으로 대출을 규제하고는 있지만 당분간 수요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난 심화와 주식 시장으로의 쏠림 현상은 결국 대출 수요 증가라는 악순환을 불러올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규제만이 유일한 방법일지, 보다 현실적인 대책은 없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