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 이목이 쏠린다. 6월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까지 외통수에 몰린 상황에서 상속세만 10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되는 이번 상속작업의 방향이 삼성가에 대한 이미지를 바꿀 기회로 지목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삼성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킴에 따라 역대 최대 규모의 상속이 발생했다. ⓒ 연합뉴스
특히 관심이 몰리는 지점은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의 지분 20.76%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0.06%에 불과하다.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이 흡수하는 것이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하기 위한 선제조건이자 그간 삼성이 해결하지 못해왔던 숙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국민 사과를 통한 이 부회장의 선언으로 다음세대 승계를 위한 작업은 필요가 없어졌다. 즉 이 회장의 지분이 이 부회장의 자녀들의 삼성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승계되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 따라서 상속과정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집중을 목적할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이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서 삼성가에 씌워진 이미지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가는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17.48%에 가족들이 보유한 14.12%를 합쳐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갖고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에서 시작해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를 잇는 지배구조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은 각 부문 지주사 역할을 이미 하고 있다.
추정 가능한 부분은 지난 5월 이 부회장이 언급한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다. 지주회사 전환으로 이 회장의 삼성생명 보유지분을 이 부회장이 일부 상속하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인수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의 직접 지배고리를 끊는 방식의 사업지주와 금융지주로 이분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그간 삼성가의 꼬리표로 따라다닌 '승계를 위해 주가조작도 서슴치 않았다'는 이미지는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정당한 상속세 납부는 기업인과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는 가장 좋은 카드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경우에도 부친인 고 구본무 회장에게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내기로 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보했다.
문제는 천문학적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을 파는 경우 삼성그룹 전반의 지배구조의 약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지난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2251억원 수준이다. 이 회장은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삼성SDS 9701주(0.01%) △삼성물산 542만5733주(2.88%)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를 갖고 있다.
또한 이 회장은 이들 4개 계열사의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 상속세법상 최대주주 할증대상에 해당한다. 상속세법령에 따르면 주식 상속액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 50%가 적용되고 최대주주 또는 그 특수관계인일 경우 평가액에 20% 할증이 붙게된다.
이 회장의 주식 상속세 총액은 평가액 18조2000억원에 20%를 할증한 뒤 세율 50%를 곱한 뒤, 자진 신고에 따른 공제 3%를 적용할 경우 10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받는 상속비율에 비례해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 회장의 법정상속인은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을 비롯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3남매다.
법정상속분을 따지면 홍 전 관장이 전체 상속 지분의 3분의 1을, 자녀들이 9분의 2씩을 갖게 된다. 이 부회장의 주식 상속분은 4조원 수준이며 상속세만 2조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미 2018년 이 부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로 인정받았다. 즉, 조만간 삼성그룹의 회장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그룹 경영권을 고스란히 유지할 규모의 상속을 위해서는 지불해야 할 비용의 규모가 부담스러워 전략적 선택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전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과 계열사별 경영권을 나눠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 등 상속대상을 나눌 때 전략적 판단이 반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피상속인 간 협조가 불가피 하다.
변수는 국회에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가 자회사 발행 채권 및 주식 합계 금액이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다. 기존에는 이 증권보유 한도를 취득원가로 계산했지만, 개정안에서는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발의의 취지는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가치 반영 방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로 변경해 자산 리스크를 줄이자는의도지만 대상이 삼성그룹에만 해당돼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린다. 삼성생명이 처분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4억주, 가치는 20조원 상당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매각 차익으로 인한 법인세도 약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법안이 통과될 경우 상속을 위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지분의 매각이 불가피 한 상황에 더해 사실상 외통수에 몰리게 될 상황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22조 5000억원)를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방식, 즉 삼성물산 지분을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하지만 지주사 요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삼성물산이 추가로 삼성전자의 지분 15% 매입이 필요하지만 수십조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이다.
해당 개정안은 국감이 끝난 직후인 이달 말부터 정무위원회 법안1소위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상속으로 인해 예상되는 또 다른 변수는 이 회장의 또 다른 자녀들의 경영권 강화다. 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형제들과 나눠 받은 다음 지분 스왑을 통해 주력 계열사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방법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상속 비율에 따라 보다 쉬운 지주사 전환 및 계열 분리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그러나 이들은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 중단 선언과 관련이 없다. 즉 차기를 대망할 공산이 있기에 또 다른 형태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 놓인 것. 당시 이 부회장은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가의 상속은 신고기한인 내년 4월을 전후해 확정될 전망이다. 다만 상속세 기준이 되는 주식 평가액은 사망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실제 세액은 앞으로 2개월 동안의 주가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