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직접적인, 직행의'라는 의미의 다이렉트(Direct). 핫한 문화와 공간, 비즈니스 등을 직접 찾아가 체험하고 확인하는 '김다이의 다이렉트'는 실생활 트렌드 르포다. 어디든 찾아가 궁금증을 요목조목 정리하고, 맛깔나게 전한다.
"진짜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권리, 더 많은 이들이 맥주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맥주의 맛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맥주의 다양성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수입맥주가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이젠 바야흐로 '수제맥주 시대'라 부를 만 합니다.
점유율로는 1% 수준의 작은 규모지만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수제맥주를 마셔본다면, 기존 마트나 편의점에서 흔히 사먹을 수 있는 맥주와는 확연히 다른 독창적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어바나'는 수제맥주 양조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양조설비가 잘 갖춘 맥주 펍입니다. 신선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찾아간 이곳에서 '진짜 맥주'를 만났습니다.

비어바나 건물 외관. 비어바나는 Beer(맥주)와 Nirvana(열반)의 합성어로 맥주 한 잔으로 모든 번뇌와 고뇌가 사라지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고 한다. = 김다이 기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 사이에 위치한 '비어바나'. 3층짜리 철공소를 개조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1층 입구에서는 양조사들이 직접 맥주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갓 만든 신선한 수제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입니다.
비어바나에서는 △여의도IPA △영등포터 △비어바나 세종로제 △사바나IPA △꽃구름 페일에일 △펌킨 에일 △쥬스바나 △비바라거 등 8종류의 맥주가 만들어집니다.
특히 2019 아시아 비어 챔피언십에서 각각 '영등포터' 금메달, '사바나IPA' 은메달, '비바라거' 동메달을 따며 맥주 맛의 완성도를 입증했습니다.
이인기 비어포스트&비어바나 대표는 이렇게 자신했습니다.
"수제맥주의 매력은 다양성입니다. 새로운 맛을 계속 개발해 낼 수 있어요. 그래서 수제맥주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많은 이들이 질 좋은 수제맥주를 만들어내고 있고, 우리는 독특한 맛들을 얼마든지 누릴 수 있어요. 시장은 계속 커질 겁니다."
◆최상의 몰트, 홉에 '양조사'의 제조 능력을 더하다
수제맥주는 현재 용어의 뜻이 명확히 정의돼 있지 않은데요. 현재 국내에서는 대기업 대량생산 방식이 아닌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맥주를 이르는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를 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비어바나 양조장에서는 현재 총 8가지 종류의 수제맥주를 제조하고 있는데요, 직접 제조한 맥주의 40%는 외부 공급을 하고 있습니다.
수제맥주를 제조하는데 있어서 양조사의 조합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몰트에 300여가지 홉을 어떻게 배합하고 당을 어디서 뽑아내는지, 효모를 얼마나 넣는지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비어바나의 수제맥주들. (왼쪽부터) 세종로제, 사바나IPA, 영등포터, 여의도IPA. = 김다이 기자
맥주는 보리와 밀, 귀리 등 곡물을 기본으로 제조되는데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보리와 달리 보리에 싹을 틔워 건조한 가공 맥아를 사용합니다. 몰트화 과정에서 맥주의 색상이 결정되는데요. 보리를 찌면 '캬라멜 몰트' 보리를 태우면 까만 '흑맥주'가 만들어집니다.
홉은 맥주의 맛과 향을 내는 요소로 조리 방법에 따라 다양한 향을 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열대과일, 꽃향기, 고소한 향 등은 모두 어떤 홉을 넣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수제 맥주 만들기 "70%는 노동력이다"
비어바나에서 맥주 양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맥주를 만들기 위해 양조설비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몰트와 홉, 효모를 준비합니다. 이 대표는 제조 과정에서 보리가 담긴 포대를 옮기는 등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어바나 양조장에서 양조사가 맥주를 만들고 있는 모습. ⓒ 비어바나
"맥주를 만드는 과정은 참 재밌습니다. 먼저 당화조에서 가공된 보리를 60~70도 되는 따뜻한 물에 한시간 가량 담가 둡니다. 그러면 당이 우러나게 되는데 거름망에 보리를 걸러 즙만 뽑아냅니다. 걸러낸 즙은 '끓임조'로 옮겨와 100도 가까이 끓이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홉을 우려내 쓴맛을 내거나 향을 더해줍니다.
이후 '칠러'를 통해 맥주를 식혀주는데요. 효모가 활동하기 좋은 20도 근처로 차갑게 만들어 발효조로 옮겨줍니다. 여기에 효모를 넣으면 효모가 맥즙 안에 있는 당을 먹고 알코올을 품은 맥주로 완성됩니다."
20도에 가까운 온도에서 에일 효모를 사용해 발효하면 부드러운 '에일맥주'가 되고, 섭씨 10도씨 이하의 온도에서 라거 효모로 발효하면 톡 쏘는 '라거맥주'가 탄생한다고 하네요.
"맥주는 온도 유지가 생명" 이 대표의 고집은 이곳 까탈스러운 시스템에 잘 묻어 있습니다. 빛과 열에 약한 맥주의 특성상 변질을 막기 위해 외부로 유통되는 제품들도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에서 배달되고 있습니다.
◆'한국수제맥주시장' 현재와 미래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3년 93억원에서 2014년 164억원, 2019년 880억원으로 급성장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주류시장 전체 출고액은 2015년 9조3616억원에서 2018년 9조394억원으로 감소했는데요. 반면 수제맥주는 매년 20~30%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죠.
2002년 1월 주세법개정으로 소규모 맥주 제조 면허를 도입되면서 직접 맥주를 생산, 판매하는 '하우스 맥주' 업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요. 당시 하우스 맥주는 정부 규제로 양조장 지붕 아래서만 판매해야 했기에 수제맥주가 '산업화'되는 데에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이후 규제가 일부 완화됐지만, 하우스 맥주의 유행이 꺾이면서 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나 2014년부터는 소규모 맥주 제조자도 매장 밖에서 맥주를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올해 초 52년만에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었습니다. 수제맥주는 고가의 재료를 사용하기 떄문에 맥주 원가가 비쌀 수 밖에 없는데요. 출고가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에서 용량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바뀌면서 수제맥주 역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죠."
이로 인해 많은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 양조장 수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2013년 55개였던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은 올해 7월 151개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향후 수제맥주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부터 국세청의 '주류 규제 개선 방안'에 따라 음식 가격이 맥주보다 높을 경우 배달을 허용합니다. 또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도 허용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맛의 맥주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환 비어바나 양조사는 시장 가능성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수제맥주 수요가 점차 늘고있는데 그에 비해 공급이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수제맥주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 지면서 산업이 커질 수 있는 여력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인고의 시간을 잘 버티면서 개발과 유통을 확장시켜 나가면 수제맥주의 시대는 더 맛있게 열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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