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 ⓒ 현대중공업그룹
[프라임경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국내 조선업계 '갑질' 근절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26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에 미지급 대금과 지연이자를 포함한 약 4억5000만원을 하도급업체에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공정위 측은 하도급법(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상 미지급 대금이 3억원을 넘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어 지급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1년 중소기업 삼영기계로부터 에콰도르 '하라미호(Jaramijo) 화력발전소' 엔진에 사용될 부품인 실린더헤드(엔진 연소실 덮개 역할을 하는 부품) 일부를 납품받았다.
문제는 삼영기계로부터 부품을 납품받고 3년이 지난 뒤 실린더헤드에 이상이 확인됐고, 현대중공업은 해당 부품의 하자 발생 책임은 삼영기계의 제조공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대체부품 무상공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삼영기계는 하자보증기간(2년)이 이미 지났고, 현대중공업의 사용상 문제로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대체부품 무상공급을 거부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향후 부품 하자 책임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기로 한 뒤 당장 필요한 실린더헤드 108개를 삼영기계로부터 납품받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관련 대금(2억5563만6000원)과 약 2억원의 지연이자(연 15.5%)를 주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이에 삼영기계는 2015년 공정위에 현대중공업을 신고했고 이와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화해를 권고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이를 거부했다.
공정위 측은 이 같은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급명령에 나선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이를 어길 시 고발 조치할 수 있다고 일갈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금지급 책임 여부와 관련해 현재 울산지법에서 민사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법원 판단 이전에 공정위의 처분이 이루어진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이의신청 등 향후 대응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최근 1년 동안 하도급법 위반으로 총 3번의 공정위 제재를 받은 기업이 됐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업체에 제조원가보다 적은 대금을 지급하는 등 하도급법을 다수 위반한 사실을 적발해 208억원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고발한 바 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삼영기계의 기술을 빼앗아 경쟁사에 넘긴 사실이 드러난 일명 '기술탈취' 사건으로 현대중공업에 9억7000만원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重 '현장조사' 착수
같은 날 공정위는 삼성중공업(010140)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설비공사를 진행하면서 계약 서면을 사전에 작성하지 않은 채 '선시공 후계약'을 강요하고,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낮춰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해당 업체가 공정위에 직접 신고한데 따른 조처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삼성중공업이 건조 중인 대형 해양플랜트 설비 '매드독' 공사에 케이블 포설 및 배관 작업을 맡아 공사를 진행했으나, 공사대금 60억원 중 약 22억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는 공사대금 미지급은 업계의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인 '선시공 후계약'에 따른 것이라며, 삼성중공업이 사전에 계약 서면을 작성한 것은 전체 공사의 36건 중 3건에 불가하다고 부연했다.
앞서 공정위는 4월 하도급법을 위반한 삼성중공업에 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당시 윤수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삼성중공업이 하도급 업체들에 선박·해양 플랜트 제조를 위탁하면서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행위와 사전에 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행위, 위탁 내용을 부당하게 취소·변경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사내협력업체 대상으로 시정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정위는 하도급법 적용이 동일한 사외협력업체 대상으로는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시정명령에 이어 현장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정위가 현장조사에 나온 것은 사실이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