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업비밀 침해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상반된 입장차를 드러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096770)과 LG화학(051910)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팽팽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양사 간 배터리 분쟁에 대한 ITC의 최종 판결이 오는 10월5일 나온다.
그간 ITC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 양사가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ITC가 LG화학 측이 요청한 조기 패소 예비결정을 받아들여 결국 협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근거한 추측이다.
앞서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혐의가 명백하다며, 조기 패소 예비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 측은 '예비결정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고, ITC는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본지 취재 결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건을 두고 올해 몇 차례에 걸쳐 협상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양사는 협상 테이블에서 상반된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합의점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이노베이션 측이 LG화학에 바라는 것은 총 두 가지다. 첫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근거 제시 둘째, 각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신속한 합의점 도출 등이다.
먼저,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 측이)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면 객관적인 검증을 거친 뒤 '영업비밀 침해가 맞다'고 판단될 시 합당한 배상과 함께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CATL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경쟁을 비롯해 자동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등으로 인해 배터리 업계가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배터리 사업에 전념해야 하는데 소송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화에 언제든지 응할 의향이 있다"며 "빠른 합의점 도출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 측이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에 즉각 반문했다.
LG화학 관계자는 "ITC가 어떤 영업비밀을 SK이노베이션이 어떻게 사용해 소재·부품·셀·모듈 등을 만들었는 지에 대해 구체적 리스트를 갖고 있다"며 "이를 인정했기 때문에 조기 패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K가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며 "진정성 있게 합의에 응하지 않는다면 법적 절차를 끝까지 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양사는 합의점 도출에 핵심인 '배상금' 규모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당초 업계에서는 배상금 규모를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로 예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 측은 "배상금 규모에 대해 조 단위가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 단위면 배터리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LG화학 측은 "정확한 배상금 규모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영업비밀관련 법률 및 판례에 따르면 천문학적 금액이 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양사가 영업비밀 침해를 두고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합의 도출을 위해 정부가 협상 중재자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간기업 간 분쟁에 대해 개입하는 것을 꺼려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